열린우리 탈당파 '손학규 감싸기'에 팔 걷고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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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이 21일 '손학규 감싸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하루 전 국무회의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을 에둘러 비판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국무회의에서는 민생을 논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대응은 손 전 지사를 끌어안는 한편 탈당파를 향한 대통령의 도덕성 시비를 경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탈당 정치인을 '보따리 장수'에 빗댄 대통령의 발언이 손 전 지사 뿐 아니라 탈당파까지 함께 조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생정치준비모임이 먼저 운을 뗐다. 이 모임은 손 전 지사의 탈당에 적극 환영 의사를 밝힌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주도한다. 민생정치준비모임 정성호 대변인은 2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민생안정 대책에 집중해야 할 국무회의에서 정치 얘기에 8분 여를 할애한 대통령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차기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권자 국민들의 몫"이라며 "대선 후보를 향한 비판과 정계개편 개입 발언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대통령의 '양어장' 발언도 되짚어 비판했다. 지난달 노 대통령은 탈당파를 겨냥해 "한국에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당당하게 경쟁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남의 양어장에 가서 낚시하면 되느냐"고 했다. 정 대변인 "양어장 운운하는 대통령때문에 열린우리당은 폐업신고조차 못하는 처지가 돼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이 바통을 받았다. 통합신당모임은 지난 2월 열린우리당을 집단탈당한 23명의 의원들이 이룬 조직이다. 양 대변인은 "대통령의 정치불개입을 촉구드린다"며 "어제 발언은 국정현안 과제를 심의하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정치 강론식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라며 "현안에 전념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도 연합을 구상중인 손 전 지사를 향한 메시지도 던졌다. "통합신당모임은 지나친 좌편향 진보나 우편향 보수를 배제하고 합리적 진보와 보수로 중도 세력 이루겠다"며 "당과 정파를 초월해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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