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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공포에 몸서리친 상수원폐수/페놀(추적 ’9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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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두산회장 물러나고 보상 입씨름/비산공단 배출폐수 새 관심사 등장/공해추방 근본 해결없이 해넘겨
3월16일 오후 2시쯤 대구시의 낙동강 다사수원지 인근인 성서·두류동 등지의 상수도물에서 심한 악취가 풍기기 시작,불과 8시간만에 시전역으로 확산된 악취소동은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흘려보낸 3백25t의 페놀원액과 폐수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고 이어 부산·마산·창원등 낙동강수계 1천여만 영남지역 주민들의 수도물을 오염시켜 악취와 발암공포로 몰아넣었다.
여기에다 불과 한달만인 4월17일엔 대구 비산염색공단에서 비밀배출구를 통해 하루 6만2천t의 산업폐수를 금호강과 낙동강으로 방류해온 사실이 밝혀져 미처 페놀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들을 분노에 떨게했고 전국적으로 환경공해 추방캠페인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채 해를 넘기고 있다.
특히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으로 30일간 조업정지처분을 받았던 두산전자가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시설보완공사의 부실로 페놀원액 2t이 또다시 새어나와 낙동강지류인 옥계천으로 흘러든 사실이 드러나는등 두차례에 걸친 페놀소동이 국민감정을 자극,허남훈 환경처장관과 박용곤 두산그룹회장이 퇴진하는등 정치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발암성 물질인 페놀유출과 관련,수질환경보전법위반혐의로 구속된 두산전자 구미공장장 이법훈씨(53)와 생산부차장 김병태(41)·생산과장 손흥석(35)·작업반장 윤종대(33)·고정복(40)·정재헌(34)씨등 6명중 이씨는 1심에서 징역2년을,김씨는 징역 1년6월,손씨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고 항소중이며 윤씨등 나머지 3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또 허위공문서 작성혐의로 구속된 대구지방환경청 지도계장 박남제씨(35)등 관련공무원 7명은 징역 6월∼1년에 집행유예 1∼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복직의 길을 막혔다.
그러나 페놀사건의 쟁점인 피해보상문제는 계속 불씨로 남아있다.
물적피해 1백77건중 1백13건(배상금 1천6백40만원)은 합의 조정하고 주소불명·배상거절등 55건을 제외한 나머지 9건(4천7백23만원)은 중앙환경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놓고 있으나 임산부들에 대한 정신적 피해문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구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정충검 부시장)는 지난달 16일 두산전자가 『피해사실증명 불충분과 신청금액 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정신청한 임산부피해 8백44명중 ▲인공유산,자연유산,사산한 임산부등 2백71명은 기준금액 5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토록 하고 이 가운데 ▲30세이상 35세미만은 기준금의 20% ▲35세 이상은 50% ▲30세 및 35세이상으로서 초산은 50%의 가산금을 각각 적용,지급키로 해 35세 이상 초산의 경우 기준금액과 가산금을 합쳐 모두 1백만원을 받도록 했으며 순산등 기타 임산부 5백73명은 20만원씩 일률지급토록 조정했다.
그러나 페놀피해임산부 모임등 90여명의 피해자들은 이같은 조정안을 거부,오는 23일까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재정신청키로 하고 10일엔 두산전자에 항의단을 보내는등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구시와 환경분쟁조정위가 역학조사나 구체적인 피해사례조사도 없이 페놀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두산전자의 입장만 옹호한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피해 임산부대책위 대표 김성분씨(32)는 『지금이라도 연구기관을 동원,진료기록등을 토대로 역학조사를 실시해 임산부들의 신체에 악영향을 끼친 페놀피해를 규명해야 된다』고 했다.
산업폐수 무단방류로 지난달 4일부터 3부제 조업정지에 들어갔던 비산 염색공단의 36개 가공업체들도 그동안 냉각탑·화학응집반응조등 폐수처리시설의 정상가동과 공업용수 공급조절로 최종방류수가 환경기준치(1백PPM)이하인 70∼80PPM으로 떨어져 26일자로 부분조업정지처분이 해제됐다.
그러나 염색공단의 90개 입주업체 전체가 환경기준치를 지키기 위해 공업용수 사용량을 종전 하루 6만2천t에서 5만t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7부제 조업을 하고 있으며 이같은 부분조업으로 인한 손실만도 총1천1백3억여원에 이르고 9천3백만달러의 수출감소현상을 초래하는등 몸살을 앓고 있다.
염색공단은 이같은 경제적 손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학응집반응조 보완공사에 이어 내년 8월까지 1백2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설용량 1만7천t 규모의 집수조와 폭기조 증설,활성오니시설 확충,고성능 탈수기 도입등 하루7만t의 공업용수를 사용하면서 폐수부하량을 환경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는 시설공사를 추진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식수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산,대구,경남·북등 낙동강수계 영남지역 주민들은 대구지방환경청의 성급한 3부제 조업정지처분 해제조치에 대해 『지역경제의 불황을 이유로 환경보호의무를 포기하고 공해기업에 면죄부를 발부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대구=김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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