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싼 안주팔아도 전표는 없다”/천태만상 유흥업탈세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2백만원 매상이 장부엔 30만원 은행계좌도 타인명의/잦은 단속에 유명업소 썰렁,중형업소 어부지리 호황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룸살롱등 유흥업소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는 세금추징을 위한 「싹쓸이 단속」이 실시중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유흥업소 탈세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만성적인 수입은폐행위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업소들은 아직도 손님들로 북적댄다. 국세청의 단속에 얽힌 룸살롱 등의 실태를 알아본다.
○…룸살롱 등을 찾아 거액의 돈을 뿌리는 사람들은 손쉽게 돈을 벌어들인 졸부들과 고객접대 등을 이유로 내세우는 기업관계자들이 대부분이다.
한 세무조사요원은 『이번 단속에서 유심히 살펴보니 사치성 유흥업소를 찾는 사람은 역시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번 사람,납품업자·하도급업자,외국 바이어를 상대하는 대기업 관계자 등이 태반이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유흥업소에 뿌려지는 돈의 70%는 아직도 기업의 접대비에서 나온다는 설명.
서울 강남의 내로라하는 유명업소의 경우 최근 국세청의 잦은 단속 등으로 분위기가 썰렁한 곳도 있지만 서울변두리 지역의 중급 정도 룸살롱 등에서는 의외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은 과세 증빙자료를 철저하게 폐기 또는 은닉하는등 탈세수법이 고의적이고 지능적이다.
국세청의 1차 단속(11월중순부터 1개월간) 결과 전국 대도시 지역의 과세유흥장소 2천5백62개 가운데 53%인 1천3백75개소는 아예 장부를 비치하지 않거나 기장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부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업자들도 많다.
실제로 하루 2백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서울 강남의 H룸살롱의 경우 장부에는 고작 30만원수입이라고 기록해 놓았다.
또 일부업소에서는 수입금액을 빼돌려 다른 사람 명의로 여러개 금융기관에 맡겨놓기도 했다고.
국내 최대 룸살롱의 하나인 A살롱의 경우 국세청 입회조사요원이 나가자 『우리집에는 국산 양주밖에 팔지 않는다』고 가짜장부를 내밀었다가 이번에 엄청난 세금을 추징당했다.
국세청 조사결과 드러난 탈세행위도 천태만상.
신용카드 전표를 직접 손으로 쓰거나 아예 남의 업소 전표를 사용해 과표를 누락시킨 업소도 부지기수였으며 가정용 술을 팔아 세금을 빼먹는가 하면 애초부터 2중 장부를 만든 업소도 있었다.
또 금전등록기가 있는데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업소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속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손님방에는 값비싼 안주가 계속 들어가고 있는데도 아예 전표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유흥업소의 장부는 주인의 머리속에 있다는 유행어도 나돌고 있다.<박의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