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는 허리 휘는데 교육부는 특목고 탓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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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비에 대한 대책은 2004년 2월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나왔다. 특수목적고 정상화, EBS 수능, 2008학년도 대입 정착 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중상층 이상의 학부모들이 관심이 많은 특목고나 사설 학원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방과후 학교, EBS 수능 확대와 영어 전문 채널 신설 등 저소득층에게 사교육 혜택을 확대하려는 대책엔 무게가 더 실렸다.

이번 대책에서 교육부의 '특목고 때리기' 강도는 더욱 세졌다. 지난해 김진표 전 부총리에 이어 김신일 부총리가 이번에 총대를 멨다. 그는 "특목고가 사교육 유발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근거로 초등 6학년 학부모의 30%가 자녀의 외국어고 등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는 통계조사를 제시했다.

그런 뒤 "특목고가 설립 목적을 위반한다면 특목고 지정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가 보는 설립목적 위반은 외국어고가 이과반을 운영해 의대에 학생을 보내는 것 등이다. 이럴 경우 특목고를 일반고로 강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지정 해지 등의 대책은 현 정부가 내놓은 '특목고 때리기' 중 가장 수위가 높다.

김진표 전 부총리도 지난해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특목고를 시.도 선발로 모집 지역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는 정도였다. 지정 해지는 엄두도 못 냈다. 특목고 지정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지 교육부 장관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목고 지정 해지' 등의 대책이 엄포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게 외국어고 관계자들의 얘기다. 서울의 한 외고 관계자는 "언제는 규제가 없었느냐"며 "규제하면 할수록 외국어고 인기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상층이 관심을 갖는 특목고는 규제 위주로 가는 반면 중하위층을 겨냥한 각종 대책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교육부는 자평했다. 김 부총리는 "서울 강남 등 고소득층의 사교육비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지만 중하위층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성균관대 현선해 교수는 "농촌이나 중소 도시 학생들이 EBS 수능방송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며 "그러나 중하위층의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사교육비를 댈 여력조차 없는 가정이 늘어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박제남 입학처장은 "고소득층은 EBS 수능 강의 학습은 기본으로 하고, 사교육도 받는 반면 하위층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또 학원 등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학원 수강료를 소비자 물가상승률(1.7%) 이상으로 인상할 경우 시.도교육청을 통해 수강료 조정 명령을 내도록 했다.

또 수강료는 그대로 두고 교재비.개별지도비.급식비 등을 편법으로 인상하는 것도 막기로 했다. 학원들은 수강료를 포함한 일체의 요금을 '체감 학원비'라는 명목으로 공개해야 하며, 이를 시.도교육청이나 학부모 등을 통해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 역시 교육부가 직접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시.도교육청이 나서야 하지만 현 인력으로는 단속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강남교육청의 경우 직원 1~2명이 1000여 개가 넘는 보습.입시학원을 다 점검해야 한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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