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줄기세포 이용 관절약 내년께 상용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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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줄기세포'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말이다. 논문 조작으로 얼룩진 '황우석 사태' 탓이다. 그만큼 오해도 많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메디포스트의 양윤선(43.사진) 사장은 "(황우석 파동 이후) 줄기세포로 불치병을 치료하는 게 아주 먼 훗날의 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줄기세포 산업은 엄연한 현실이고 미래의 성장동력"이라고 20일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논문 파동으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배아줄기 세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상업화하기 쉬운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업체다.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신생아의 제대혈(臍帶血.탯줄 혈액)이나 성인의 골수.혈액에서 쉽사리 채취할 수 있다. 윤리적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실제로 이 회사가 운영하는 '셀트리'는 국내 처음으로 1월 제대혈 이식 200건을 달성했다. 주로 급성 백혈병과 재생불량 빈혈 환자 등이 혜택을 받았다.

양 사장은 "단일 제대혈 은행이 200건 이상의 이식을 한 건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제대혈 보관에 대한 메디포스트의 기술력을 입증한 걸로 봐도 된다"고 자평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도 상용화 막바지 단계다. 메디포스트는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과 뇌졸중 치료제 '뉴로스템', 뼈 결손 치료제 '본스템' 등 대여섯가지 신약을 개발 중이다. 양 사장은 "카티스템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식약청 시판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뉴로스템과 본스템도 1~2년 뒤 상용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이 일정대로 상용화되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신약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 차 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메디포스트는 2005년 39억원의 적자를 냈다.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에도 24억원 적자였다. 매출도 ▶2003년 309억원▶2004년 175억원▶2005년 151억원▶2006년 139억원으로 내리막이다. 제대혈 시장의 개척자인 이 회사는 경쟁사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양 사장은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엔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올해는 비용 절감으로, 내년 이후엔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에 기대를 건다.

양 사장은 서울대 의대를 수석 졸업하고 이 대학 임상병리학 전공의와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지내다 2000년 선.후배 동료의사들과 함께 창업했다. 벤처 경영자 생활이 의사.교수 시절보다 훨씬 낫단다.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있었지만 치열하게 이룰 목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더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일순간에 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공동대표 체제로 변신했다. 양 사장은 신사업 개발을, 금융계 출신의 황동진 대표는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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