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핵가방/누구손에 있나/“세계안보에 직결”… 서방국들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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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르비­슬라브 3국 서로 “내가 통제”/미선 “안전장치 여러겹 아직 괜찮다”
2만7천개의 핵탄두를 보유한소련의 군통수권은 지금 누가 쥐고 있는가.
슬라브 3국의 독립국가 공동체 선언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연방대통령사이의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의 관심은 모두 이에 쏠려 있다.
소련의 정정불안은 곧 세계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공화국대통령은 독립국가 공동체선언직후 조지 부시 미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슬라브 3국이 핵무기를 책임지고 관리할 것임은 물론 현재도 하나의 지휘부통제밑에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독립국가 공동체선언이 비합법적인 조치임을 들어 인정하기를 거부하면서 자신이 소련군의 통수권자임을 상기시켰다.
옐친 대통령이 핵무기가 단일 지휘체제하에 있음을 강조한데 반해 함께 공동체 선언을 한 우크라이나의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대통령은 핵무기가 복수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상반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소련내의 핵무기가 작동되려면 세사람(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 대통령)이 동시에 버튼을 눌러야 된다』면서 『앞으로 발사암호가 든 가방은 이 세사람 손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혼돈된 주장때문에 미국도 지금 소련의 핵가방이 누구의 손에 가있는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말린 피츠워터 미백악관대변인은 『독립국가공동체에 참가하지 않은 카자흐공화국의 핵무기는 누구의 통제밑에 있으냐』는 질문을 받고 답변하지 못했다.
독립을 선언한 우크라이나공화국의 경우 이미 우크라이나내에 있는 모든 군대와 시설물이 우크라이나 소속임을 밝히면서 재래식무기와 병력의 경우 모스크바의 지휘로부터 벗어나 독립했음을 선언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부시행정부가 공동체 3국이 핵무기를 관리·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황급하게 발표하기는 했으나 현실을 볼때 권력이 유동중이므로 단일지휘체계가 혼돈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소군부는 개별 공화국으로 나뉘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아무리 단일지휘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해도 개별공화국의 독립에 따라 그곳에 배치되어 있던 군대는 그 공화국의 소속으로 굳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뿔뿔이 흩어진후 각공화국간의 협정으로 집단안보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재래식무기와 병력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전략무기의 경우 연합사성격의 합동지휘부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소련의 사태가 유동적이지만 당장의 핵위협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힘이 약화되기는 했으나 고르바초프가 아직은 통수권자로 남아 있으며 전략핵무기의 경우 개발공화국이 이를 접수한다해도 발사는 할 수 없도록 여러겹의 안전장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 소련의 개발공화국이 모두 독립을 선언하는 시기가 도래한다면 이때 어떻게 이 전략무기가 하나의 통합된 지휘부아래 남게 될는지에 최대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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