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슬라브인이 30% 차지/소의 민족분규 연혁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의 질서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등장
약1백20여 민족들로 구성된 세계최대의 다민족국가 소련이 해체과정을 밟기 시작함에 따라 소련이 안고있는 가장 큰 골칫거리인 민족문제가 세계의 안정과 질서를 위협하는 최대위험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소련은 1917년 볼셰비키혁명을 거쳐 22년 12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시등 3개공화국을 중심으로 연방으로 공식출범했다.
그후 1925년 우즈베크·투르크등 2개공화국이 연방에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36년까지 카자흐·아제르바이잔등 중앙아시아 및 카프카스지역 7개공화국이 연방에 합류했다.
지난 9월 독립한 발트해 3국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속에서 독·소 비밀협약에 따라 강제로 소련에 편입됐다.
소련에는 이밖에도 20개 자치공화국·8개 자치주·10개 자치관구가 있으며,대부분이 러시아공화국에 속해있다.
인구구성으로 보면 약2억9천만의 소련인중 1억4천만 러시아인을 비롯 우크라이나·벨라루시인등 슬라브민족이 70%를 넘는 2억1천만명,비슬라브계 공화국들을 구성하고 있는 12개민족이 20%정도인 5천여만명이고,나머지 10%를 1백10여개 소수민족이 구성하고 있다.
소련은 이처럼 다양한 민족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민족자결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깨고 강력한 중앙집권정책을 폈다.
특히 20년대말부터 50년대초까지 집권한 스탈린치하에서 절정에 달해 이 기간중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혀 처형된 2천여만명중 과반수가 「비러시아인의 러시아화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소수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30년대말 극동연해주에 살고 있던 한인들이 수천㎞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쫓겨난 것도,제2차대전말 타타르인들이 수백년 묵은 터전인 크림반도에서 내륙 깊숙히 내몰린 것도 이때였다.
이같은 소수민족들의 불만이 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등장과 함께 연방정부의 통제력이 느슨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폭발을 거듭,오늘에 이르렀다.
소련영토에는 이제 사실상 15개 독립국가들이 생겨났다. 또 30여 자치공화국·자치주·자치관구들도 저마다 주권선언을 해놓은 상태다. 볼셰비키혁명으로 제정러시아가 무너지고 소련이 탄생되기전 상황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이번에 슬라브계3국이 내놓은 독립국가공동체가 소련의 상속자가 될 것같지는 않다. 수백년에 걸친 제정러시아와 70여년동안의 소련을 겪으면서 쌓이고 쌓인 소수민족들의 원한이 워낙 뿌리깊고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및 카프카스남부지역 회교권국가들은 러시아정교를 신봉하는 슬라브3국에 맞서 볼셰비키혁명직후 창설하려다 무산된 중앙아시아연맹 또는 대투르크공화국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사분오열된 옛 소련은 우선 민족적으로는 슬라브계와 비슬라브계로,종교적으로는 러시아정교와 회교로,지리적으로는 유럽·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및 카프카스지역으로 세력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루마니아와 합병을 요구하며 지난 1일의 독립여부 국민투표를 보이콧 한 우크라이나 서부루마니아인들의 예에서 보듯 각독립국가들내부의 민족문제도 얽히고 설켜 자칫 유고처럼 내전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소련은 유고내전에서는 볼 수 없던 가공할 핵무기까지 동원된 대규모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마저 안고있다.<정태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