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취임 10년 롯데 신동빈 부회장의 글로벌 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19일 열린 롯데상하이식품 공장 가동식에서 빌 브레이 허시 사장, 데이비드 웨스트 허시 최고운영책임자, 신동빈 부회장, 노신영 롯데 장학복지재단 이사장, 김양 상하이 총영사가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식품 분야에서 롯데를 삼성.LG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

롯데그룹 신동빈(52.사진) 부회장이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룹 경영의 포부를 밝혔다.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 지 19년, 97년 롯데그룹 부회장이 된 지 10년 만이다. 19일 롯데그룹 식품부문의 중국 지주회사인 롯데(중국 이름은 러톈(樂天)) 투자유한공사 설립식을 기념, 중국 상하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신 부회장은 롯데의 해외 사업전략의 핵심인 '브릭스(VRICs)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VRICs는 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 시장을 이르는 말. 한국.중국.일본을 연결하는 삼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의 주요내용.

-중국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연 이유는.

"롯데가 해외 시장을 중점 공략하는 데 중국 시장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직접 행사에 나서게 됐다. 중국 시장에 대해선 롯데의 강점 분야인 식품부문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겠다. 2016년엔 식품 부문으로만 중국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롯데의 중국 시장 진출 현황은.

"롯데제과는 중국 껌 시장의 23%를 차지하며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자일리톨 껌이 1억5300만 통 팔리며 시장점유율이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1월 세계적 초콜릿회사 허시와 함께 세운 합작법인 롯데식품유한공사를 통해 2016년엔 종합식품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

-중국에 지주 회사를 세운 이유는.

"러톈투자유한공사는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전반에 대해 경영 전략을 세우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내년 4월 베이징에서 롯데백화점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유통.석유화학 부문도 점차 키워 나갈 계획이다. 식품 분야에서는 삼성.LG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 기업이 아직 없다. 그동안 중국에 진출한 롯데 식품회사 세 곳이 각자 브랜드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합 관리하겠다."

-롯데의 글로벌 전략은.

"국가별로 유통 사업 전략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까르푸.월마트 같은 큰 할인점들이 너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를 피해) 백화점을 진출시키는 것이다. 아직 할인점이 성숙하지 않은 베트남에서는 할인점 사업을 위해 추가로 몇 군데 부지를 확보했다. 내년 하반기에 '롯데 베트남쇼핑' 2호점이 문을 연다. 인도 첸나이와 뉴델리에는 제과공장을 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하겠다. 러시아에도 판매회사를 설립할 생각이다. 중국에 테마파크를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계열사 운영 계획은.

"면세점은 분리할 계획이 없고 지금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롯데 햄.우유는 별로 관련이 없는 사업부가 묶여 있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하이=임미진 기자

◆ 신동빈 부회장=롯데그룹 창립자인 신격호(85) 회장의 차남이다.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고 일본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런던 지점에서 6년간 근무했다. 90년 롯데그룹 계열의 호남석유화학 부사장을 거쳐 97년 롯데그룹 부회장직에 올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