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만에 매진이라니…(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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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새벽 5시부터 추위에 떨면서 기다렸는데 표를 판지 10분도 안돼서 매진이라니….』
6일 오전 9시30분 서울역 청사2층 매표창구.
고려대 서창캠퍼스에 지원한 손자의 표를 사러왔다는 이정현 할아버지(81·서울 효창동)는 매표창구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새벽 5시부터 장사진을 이루며 초조하게 표를 사려고 기다리던 다른 수험생과 학부모 1천여명도 표를 판지 불과 2분만에 표가 모두 팔렸다는 서울역측의 발표에 한결같이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17일 실시되는 대학입시에서 지방소재 대학을 지원한 수험생들을 위해 임시열차를 운행한다는 철도청의 「배려」에 감사하던 이들은 『이렇게 시민들을 우롱해도 되는거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학부모 20여명은 직접 역장실로 몰려 갔다.
『철도회원의 전화예약과 각역·여행사에 설치된 단말기 예약으로 표가 다 팔린 것을 우리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서울역측의 답변은 억울하면 돈을 내고 철도회원에 가입하든가 웃돈을 주고 여행사를 이용하지 뭐하러 새벽부터 나와 떨고 있느냐는 식이었다.
『도대체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수험생이 몇명이나 되는지 교육국에 전화라도 한통걸어 확인이나 해본 겁니까』『그거야 철도청에서 알아서 할일이고 우리야 시키는대로 차량을 늘렸으면 되는거지….』
최소한 수만명의 수험생 이동이 예상되는데도 불과 4편의 차량(1천8백석)만을 증편했다는 서울역측의 답변에 학부모들은 할말을 잊은 표정이었다.
『대학입시날이면 모르는 사람들도 수험생들을 차에 태워주는 인정을 보이는데….
「시민의 발」임을 자처하는 철도가 이렇게 무책임한 주먹구구 행정으로 운행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한 학부모의 푸념을 들으며 철도당국이 「시민의 발」이란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궁금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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