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18일 "대선 주자들의 줄세우기로 한나라당 안에서 온건 개혁세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손 전 지사가 느끼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을 떠나 새로운 정치를 하는 쪽으로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손 전 지사가 탈당을 선택하더라도 준비와 명분을 쌓아 결행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6, 17일 이틀간 손 전 지사를 만났던 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은 17일 기자들에게 "(손 전 지사가) 길을 찾은 것 같다. 그 전엔 길이 나 있는 곳으로만 갔는데 이제부터는 그동안 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날 밤엔 고민에 찬 눈빛이었는데 지금은 결단을 내린 눈빛이었고 마음의 정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손 전 지사는 18일 박종희 비서실장이 전화로 전달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면담 요청을 이틀째 거절했다. 강 대표는 17일 손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향했으나 그가 행방을 감추는 바람에 발길을 돌렸었다.
강 대표는 '8월 21일-20만 명'의 경선 중재안으로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동의를 끌어냈으며, 이 안으로 손 전 지사를 설득하려 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결국 당에 남느냐, 떠나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다른 측근은 "선택 시기는 손 전 지사가 귀경하는 19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비서실장은 "경선 참여보다 더 크고 포괄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와 통화한 남경필 의원은 "경선 불참의 중간 지대보다는 탈당과 경선 참여 양 극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며 "나는 경선 참여 쪽 가능성을 높이 본다"고 했다.
채병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