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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불황계속/부시재선 “먹구름”/여론조사서 인기 46%로 곤두박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손못쓰고 바라만보고 있다”/걸프전으로 다진 기반 물거품위기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미국 경제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발목을 붙잡기 시작했다.
최근의 각종 미 경제지표 등은 미국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후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한때 91%까지 치솟았던 부시 대통령의 인기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걸프전을 정점으로해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67%를 유지하던 부시 대통령의 인기는 지난달 급기야 50% 이하로 곤두박질 쳐버린 것이다.
11월중 뉴욕타임스지와 CBS 방송 공동조사 결과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51%로 10월보다 16%포인트나 떨어진데 이어 지난달 26일 CNN 방송과 티임지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집권후 처음으로 절반에 못미치는 46%로 급락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인기급락은 미국 경제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이 이에 대한 아무런 정책을 갖고있지 못한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각종 경제지수는 어느 것 하나 밝은 것이 없다.
▲장기경제 예측지표인 내구재 주문율의 하락 ▲실업보험혜택 산정증가 ▲자동차 등 소비재 판매부진 ▲기업들의 신규투자 주저 및 고용증가의 정체 ▲주가하락 등 모든 것이 어둡기만 하다.
이같은 요인을 반영,경기예측의 잣대로 이용되고 있는 소비자 확신도 또한 80년대초 불황때와 같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기업 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가 26일 발표한 소비자 확신도는 10월 60.1에서 11월 50.6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는 80년 불황때의 50.1보다는 약간 높지만 81,82년 불황때의 54.3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으로 미국인들이 앞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을 갖지못하고 있음을 반영함과 동시에 미국인들이 계속 소비를 억제할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미국 국내 총생산의 3분의 2는 미국인들의 소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30년대 대공황에 비유하기도 한다.
매뉴팩처러 하노버은행 수석경제학자인 어윈 켈르너씨는 통계적으로 30년대 공황과는 다르나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있다고 말하고 현재의 불황사이클을 타개하기 위해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때와 같은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여론에도 불구,내년봄 경기회복을 낙관하며 아무런 정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인기를 급락시키고 있는 큰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불경기는 이자율 인하,세금감면을 통한 소비자극,고용 확대정책 등으로 극복되어왔다.
이자율 인하가 금리를 다루는 연방소비제도이사회(FRD)의 일이라면 다른 두가지 일은 정부가 할일이다.
세금감면으로 미국인들의 호주머니에 소비할 돈을 늘려주는 일이나 고용확대를 위한 공공사업은 엄청난 재정적자 때문에 큰 제약을 받고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포함한 어떤 경기부양 노력도 시도해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다.
그의 「경제무책」과 관련,최근엔 그가 국가경영의 철학이 없다든가,상원의원의 아들로 부유하게만 성장해 실직을 우려해야 하는 대다수 미국인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의 인기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종래의 고립주의에서 1,2차대전을 통해 개입주의로 돌아서면서 대통령을 뽑을때 꼭 경제정책만을 보고 표를 찍지는 않고있다.
그렇지만 미국 유권자들이 경제에 실패한 대통령을 오래 신뢰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인들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는데 열을 올리며 국민의 호주머니는 텅텅 비게한 대통령을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걸프전으로 인기가 급상승,탄탄한 재선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여겨졌던 부시 대통령의 내년도 정치생명은 선거 이전까지 앞으로 1년안에 기울어가는 미국 경제를 바로세우거나 최소한 밝은경제를 기대할 비전을 제시해야만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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