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광웅

즐거운 일요일 아침을 기대하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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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해야 하는 일요일엔 뭔가를 손에 잡아야 마음이 놓인다. 대개 텔레비전이나 잡지를 보고 지내긴 하지만 깊이나 생동감이 없는 내용에 실망하곤 한다. 일간지의 한계를 넘어 깊이도 있으면서 지평을 넓히는 매체를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다. 마침 전문기자와 디자이너가 만드는 고급지 중앙SUNDAY가 나온다니, 기쁘기 짝이 없다. 바로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 창조사회의 흐름을 따르는 것 같다. 시작(試作)을 보니 신문이라기보다는 예술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불현듯 미국 유학시절이 떠오른다. 일요일 오후 대학도서관 개인 열람석으로 가노라면 참고도서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일요판 신문을 섹션별로 나누어 읽는 학생들을 보곤 했다. 6시에 문을 닫는 토요일과 달리 일요일 밤늦게까지 여는 도서관에서 한 주는 시작된다. 한 주 동안 쌓인 피로와 긴장을 풀기 위해 맘껏 노는 금요일, 운동과 쇼핑으로 소일하는 토요일을 지내면 일요일부터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한 주를 준비하게 된다. 도서관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으레 길거리 가판대나 책방에 가서 일요판 신문을 집어든다. 많은 정보와 지식이 정리돼 빼곡히 차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세에 대한 설명이 압축되어 있고, 정확한 소개와 비판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북 리뷰가 있다. 시간에 쫓겨 신문을 매일 보지 못하는 샐러리맨이 쉬는 날 정보에 접할 절호의 기회가 바로 일요판인 것이다.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한 일간지 기자는 “깊이와 트렌드를 읽기 위해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일요판을 읽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말한다. 일요일은 분명 휴일이지만 내일을 위한 준비의 날임에 틀림없다. 호모 루덴스(놀이의 인간)와 호모 사피엔스(지혜의 인간)가 교차하는 날이 일요일이다.

중앙SUNDAY는 유별난 특성을 안고 탄생한다. 일간지가 따라오지 못하는 심층 기획취재물이 있고, 현대와 미래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ㆍ예술ㆍ과학 등 다양한 내용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특징은 요즘 추세대로 기자와 독자가 함께 만드는 신문이라는 사실이다. 기자와 분야별 전문가가 서로 양방향에서 ‘우리’의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일요판은 아직도 플라톤의 동굴 속에 갇혀 있는 우리를 진리의 빛으로 끌어내 창조사회로 이끌 것이 분명하다. 세상은 지본사회(地本社會)와 자본사회(資本社會), 그리고 미디어 교육사회를 거쳐 뇌본사회(腦本社會)로 간다고 말한다. 요즘은 뇌과학이나 인지과학을 모르면 행세를 못한다. 새로운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한 사회를 이끌 조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진즉 제시한 적이 있다. 뭔가 알려는 호기심, 집착하며 배우려는 의지, 꿰뚫는 통찰력, 모호함을 끌어안는 혜안, 논리와 상상력의 균형을 맞추는 전뇌적 사고, 비범과 최적을 찾는 노력, 상호 연관성을 확인하고 즐기는 체계적 태도 등을 이른다. 고등교육기관과 미디어가 역할 분담을 하면서 우리를 미래 창조사회로 끌고 가야 할 것이다.

내일의 세계엔 대학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e-learning같은 용어를 쓰면서 세상 전체가 대학이 된다고 말한다. 제도의 틀에 묶인 학교 안보다는 오히려 바깥에서 지식과 지혜를 얻는 것이 더 빠르고 좋을지 모른다. 마침 미학적 디자인으로 치장하고 표현양식을 전혀 새롭게 하면서 지성의 얼굴과 머리를 빼닮은 중앙SUNDAY가 웹2.0의 트렌드를 따라 우리를 미래 창조사회로 이끌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알 듯하다가 마는 일간지로는 지적 욕구를 채울 길이 없다. 그렇다고 학술지만 끼고 살 수도 없다. 창조사회를 선도할 이번 창간은 이 나라 언론계에 역사적 획을 굵게 그을 것이다. 지평을 세계로, 우주로, 사이버 공간으로 한없이 펼치고 전문성과 다양성이 응축된 고급매체이어라.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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