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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스페인 식민잔재」씻기 새바람(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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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제정치 영향… 체념빠르고 경제 비효율/아르헨등 잇단 쿠데타도 조급증에서 비롯/수뇌들 “의식수술” 앞장
남미대륙은 요즘 식민지문화 논쟁이 한창이다.
살인적 고인플레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남미주 각국들은 자신들의 낙후한 국가경제가 과거 식민종주국들의 잘못된 문화영향 때문이었다고 스스로 비판하고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식민잔재일소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미국가들은 영국의 지배를 받은 미국과 캐나다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문화를 전수받아 오늘날의 부국을 이루어냈으나 남미는 전제왕정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약탈지배를 받아 국민성이 조급하고 소극적이 됐으며 그 결과가 비생산적인 경제로 이어졌다고 식민종주국들의 문화를 비교하고 있다.
「남미의 문화논쟁」이라 불리는 이같은 식민종주국의 문화차이와 그 영향분석은 남미 각국 국민들이 게으름과 무질서속의 불합리한 사회현상 비판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같은 「남미현상」의 대표적인 나라로는 아르헨티나가 손꼽히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많은 직장인들이 아침출근시간에 지각하는 일이 일쑤고 심지어 결근도 다반사로 해 수많은 사업상 약속이 취소되거나 작업진행에 차질을 빚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각 또는 결근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시내 은행에서 1∼2시간씩 줄서 기다리며 각종 공공서비스요금납부에 매달리는 일이 많아 근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전화요금·전기요금을 제때에 납부하지 않을 경우 관권을 동원,즉각 해방공공서비스 공급을 중단해 버린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회사일보다 공공요금의 제때 납부가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지식인들은 이같은 현상이 5백년전 이 나라를 정복,4백여년 지배한 스페인의 식민통치가 남긴 유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페인의 당시 고도의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와 확고한 관료적 지배가 아르헨티나에 아직까지 유산으로 남아 비민주적인 요소가 너무나 크게 오늘날의 아르헨티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지식인들의 주장이다.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남미 대부분 국가들은 이같은 스페인 등의 식민문화로 인해 모든 문제를 쉽게 조급하게 해결하려하고 실패할 처지에 놓이면 쉽게 체념하는 불행한 국민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60년간 여섯차례의 쿠데타가 발생한 아르헨티나를 비롯,인근 국가들이 잇따른 쿠데타를 겪어야 했던 것도 이같이 손쉽게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민성과 군부정치가 등장하면 국민들이 쉽게 체념하는 전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문화논쟁이 격화되면서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과브라질의 페르난도 콜로 데 멜로 대통령 등은 식민문화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생산적 공리공론 척결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 지도자는 국민의 가치관 개혁,의식개혁을 통해 저개발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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