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기본 … 살아남으려면 죽을 각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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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와 경쟁하고 싶은 건 어떤 모델이든 마찬가지죠. 하지만 처음부터 잘 풀린 건 아니었어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컬렉션 중 제일모직의 현지 브랜드 데렐쿠니 패션쇼에서 만난 모델 한혜진(24)씨의 고백이다.

고교 1학년 때인 1999년 데뷔해 국내 최고 모델로 '잘나가던'그다. 2001년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 포드에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발탁돼 한 달 동안 뉴욕에서 일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세계 무대는 달랐어요. 살아남으려면 죽을 힘을 다해 경쟁해야 했죠. 영어 소통능력은 기본이었고요."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지난해 1월 미국 뉴욕 데뷔 직후 모든 모델이 원하는 마크 제이콥스(루이뷔통의 수석 디자이너)의 무대에 섰다. 지난해 12월엔 뉴욕 유명 백화점인 블루밍데일스.노르드스트롬.바니스 뉴욕 등의 광고 화보를 제시카 스탐(모델스닷컴 모델순위 5위)과 함께 찍었다.

"지금까지는 투자만 했어요. 운동하고, 피부 관리 받고, 옷도 사고. 해외 컬렉션 다니면 아파트 월세 얻고 운전기사도 있어야 해요. 비행기 요금도 만만찮죠. 유명 모델 에이전시, 사진작가들에게 제 프로필과 사진 보내는 비용도 엄청나요. 이제 벌기 시작했으니 다행이죠."

서너 시간밖에 잘 수 없는 생활에서도 모니터는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볼 때마다 "어색하다"고 했다. "녹음기에 나오는 내 목소리가 이상한 것처럼 무대에 선 모습이 아직도 낯설어요. 왜 시선 처리를 저렇게 했을까, 다리는 또 왜…늘 아쉬워요."

밀라노=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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