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공사 공법개선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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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2기 서울지하철건설공사를 현행공법 및 안전진단 방식으로 계속 시행할 경우 지난 27일 발생한 당산동 지하철 공사장 붕괴사고와 같은 대형사고가 연쇄적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토목전문가들은 붕괴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93년 말 완공예정인 공기를 다소 늦추더라도 안전진단방법을 대폭 개선하고 일부구간의 공법을 바꾸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당산동 5호선 통과구간의 붕괴사고는 이에 앞서 발생한 과천 지하철 4호선 연장구간의 사고(9월27일), 5호선 36공구 마장동 청계천 제방붕괴사고(11월17일)와 마찬가지로 NATM공법으로 터널을 뚫기 위해 발파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연약한 지반이 갑자기 붕괴돼 일어났다. 토목전문가들은 이들 사고는 ▲부정확한 사전지질조사 ▲암반분석용 첨단장비부족 ▲특별안전점검반의 유명무실한 활동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사전지질조사의 경우 노선결정과정과 실시설계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1백m 간격으로 시추공을 박아 지질을 분석하고 있으나 서울지역 지층구조가 수십m 단위로 달라 정확한 지질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당산동 지하철공사구간의 경우 사전 지질조사에서 연암과 풍화암이 섞인 지역으로 파악됐으나 발파과정에서 일부지층에 강도가 제일 약한 폭2m의 단층파쇄대가 형성돼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시공회사 측은 긴급 붕괴예방작업을 벌였으나 붕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또 토목·수자원·토질 등 각 분야의 교수·전문가로 구성된 4개조의 특별안전점검반도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동안 83개 공구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 안전과 관련된 총2백33건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막상 사고가 났던 마장동·당산동 지역은 제외돼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안전진단이 형식적일 뿐만 아니라 5호선·7호선의 공사구간은 강도가 약한 편마암지역이 대부분인데다 한강·중랑천·안양천 등 퇴적층이 넓게 형성된 하천주변을 따라 노선이 형성돼 있어 별도의 보강대책이 없는 한 현재의 NATM공법으로 터널공사를 계속할 경우 사고재발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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