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반집의 두터움,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그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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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10보 (201~225)]
白.李昌鎬 9단 黑.謝 赫 5단

이너스페이스(innerspase)란 영화가 있었다.우리의 몸속을 여행하는 얘기인데 위장은 거대한 광장이 되고 위액은 폭포수가 되는 그런 식이다. 조그마한 우리의 몸속을 최대한 확대시킨 그 상상력이 놀라웠다.

바둑에도 천하대세를 논하는 큰 안목의 세계와 반집을 다투는 마이크로의 세계가 공존한다. 대세에선 크게 앞섰다가도 한두집의 계산 미스로 승리를 놓치는 경우는 많다. 끝내기는 때로 지긋지긋하다. 이 판처럼 1백50수도 더 넘게 끝내기가 이어질 때는 검토실의 프로들도 녹다운된다.

그러나 이 세계를 크게 확대해서 보면 끝내기의 세계야말로 인간정신의 온갖 시험무대가 된다. 단 한집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만지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지 못하면 프로가 아니다.

19세의 셰허5단. 오늘 하루종일 이창호9단을 끌고다닌 놀라운 청년이다. 그의 정신력은 잘 단련된 무사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막판에 계산착오의 한 수가 등장했으니 바로 207, 209다.

유창혁9단은 207 대신 '참고도' 흑1로 끼워야한다고 말했다. 백2로 끊을 때 3으로 이으면 백도 4로 지켜야 한다(손을 빼면 흑4로 사고가 난다). 그때 흑5로 따내고 7로 관통하면 흑이 미세하지만 반집은 이긴다고 한다.

실전은 어찌 됐을까. 정확한 수치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흑이 한집쯤 손해본 뒤 백이 살짝 두터워진 느낌이라고 한다. 반집의 두터움. 드디어 역전인 것일까.(214=?)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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