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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판 여성 쉰들러…유대인 어린이 2500명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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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수천 명을 구해 낸 '폴란드판 여성 쉰들러'가 뒤늦게 빛을 보았다. 폴란드 상원은 14일 유대인 어린이 2500명을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에서 해방시킨 이레나 센들러로어(97.사진)의 공로를 인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BBC가 전했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센들러로어는 노벨 평화상도 받을 수 있는 위대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센들러로어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젊은 시절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에서 반 나치 저항조직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들을 대거 탈출시켰다. 그는 사회복지사라는 신분 때문에 유대인 강제거주지역을 드나들 수 있었다. 나치가 그곳에 사는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로 보내기 시작하자 그는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을 만들었다.

유대인 아이들은 노동자들의 공구 가방 속에 넣어져 운반되거나 하수구를 통해 몰래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해 2500명 이상의 어린이가 폴란드 가정이나 가톨릭 수도원에 맡겨졌다. 센들러로어는 한때 독일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체포돼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아이들의 소재를 밝히지 않았고 간수들에게 뇌물을 줘 감옥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오스카 쉰들러와는 달리 그동안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채 살아왔다. 지금도 바르샤바의 한 복지시설에서 조용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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