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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 상영작] 야마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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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야마카시★★☆(만점 ★5개)
감독:아리엘 지툰·줄리앙 세리
주연:차우 벨 딘 외
장르:액션
등급:15세
20자평:초능력 없이도 고무공처럼 탄성넘치는 육체!

액션의 진화가 슬슬 전화점을 돌기 시작한 것일까. 뤽 베송이 제작한 프랑스 영화'야마카시'는 와이어나 컴퓨터 그래픽 없이 맨몸으로 화려한 액션을 빚어낸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야마카시는 유럽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신종 익스트림 스포츠. 맨손으로 빌딩의 외벽을 기어오르거나 고공에서 뛰어내리는, 그야말로 보통사람은 절대로 따라해서는 안 되는 종목이다. 언뜻 일본어 발음처럼 들리지만 아프리카에서 사냥이나 전투에 앞서 외치는 구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화는 새벽의 흐릿한 공기 속에 일곱 명의 주인공이 나타나 호흡을 가다듬고 아파트 외벽을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경찰의 출동은 항상 한발 늦고, 주인공들은 옥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의 재미를 만끽하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문제는 이들을 남몰래 지켜보며 우상으로 삼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이웃 소년이 야마카시를 흉내내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24시간 안에 심장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년을 돕는 작업에 나선다.

야마카시의 액션은 그 자체로 훌륭한 눈요깃감이다. 이 영화의 제작이 가능했던 것은 7명의 주인공을 직업배우가 아니라 실제로 야마카시의 고수들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지붕과 지붕, 창문과 창문이 두루 연결된 프랑스의 오래된 주택가는 야마카시들이 활약하기에 최적의 무대로 보인다. 호화주택의 내부에서 사나운 개들을 상대로 벌이는 액션은 와이어 없이 찍어낸 '매트릭스'의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드라마는 단순하다. 죽어가는 소년을 눈앞에 두고도 경찰은 무기력하고, 의사와 정치인은 제 이익만 챙기는 평면적인 설정이 야마카시의 활약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사실 대역없는 액션연기의 원조로는 청룽(成龍)을 꼽아야 마땅하겠지만 서양 사람들이 그의 진가를 발견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피를 흘리거나 주먹을 교환하지 않고 이만한 액션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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