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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 덜 독일스러워 아시아 등 외국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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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빔 벤더스(61.사진)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스폰지하우스를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에서 열리는 '빔 벤더스 특별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 방문은 1977년 독일문화원 초청 이후 30년 만이다. 2000년에는 부산영화제를 찾은 적이 있다.

벤더스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일과 장르 안에서 예술영화적 실험을 병행하는 작가 감독으로 유명하다. 현대인의 소외와 분열적 내면이 주요 테마다. 1984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파리 텍사스', 2004년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분 진출작 '랜드 오브 플렌티' 등 로드무비 방식을 즐겨 다룬다. 열혈 음악광으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등 음악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이번 특별전에는 총 10편이 상영된다.

-아시아 관객이 특히 사랑하는 유럽 감독이다.

"나 스스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성공했다고 느낀다. 독일 속담에 '예언자는 자기 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나도 그런 것 같다. 다른 독일 영화와 달리 덜 독일영화스럽기 때문 같다."

-미국 문화나 현대 미국인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다.

"독일인이지만 미국 문화와 함께 자랐다. 어린 나에게 미국은 약속의 땅이었다. 미국에서 15년 살기도 했는데, 나에게 더 이상 미국은 약속의 땅이 아니다. 미국은 전 세계인의 무의식과 의식을 모두 식민화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을 그린 '랜드 오브 플렌티'는 오늘날 내가 보는 미국이다. 물론 미국을 비판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내가 얼마나 미국을 사랑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다큐를 즐겨 찍는다.

"음악은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다. 21살 때 갖고 있던 섹소폰을 카메라와 맞바꾸었다. 이후 영화로 운명이 결정됐다. 그때 음악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음악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다시 찾은 서울에서 어떤 영화적 영감을 얻었나.

"아무것도 없던 곳에 거대 도시가 생겼다. 서울에 대한 인상은 모든 사람들이 큰 차를 탄다는 것이다. 당장 영화를 찍는다면 사람들이 전부 큰 차를 몰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주차하려 애쓰는 장면이 떠오른다. 대리주차 직원이 맡겨진 고급차를 훔쳐 시골로 도망가는 내용은 어떤가."

-최근 한국영화 중 인상적인 작품은.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이 아주 놀라웠다. 아이로니컬하고 예측불허의 흥미로운 영화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제를 오가며 공항에서 자주 만난다. 내 영화가 30여 편인데, 그분은 벌써 100편째를 찍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존경스럽다."

-차기작은.

"'국경없는 의사회'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다큐 '보이지 않는(The Invisible)'을 찍었다. 5명의 감독이 아프리카에 대한 5가지 이슈를 제기하는 영화다. 나는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일상적인 만연한 폭력을 다뤘다. 올해 말 이탈리아에서 크랭크인할 영화 시나리오 집필중이고, 내년에는 12년 만에 독일어로 영화를 찍는다."

글=양성희 기자<shyang@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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