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20년째 무파업 BMW 독일 공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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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독일 바이에른주의 주도인 뮌헨에서 93번 아우토반을 타고 북동쪽으로 한 시간가량 달리자 공장 밀집 지대에 솟아 있는 BMW 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BMW1 시리즈 등 연간 27만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이곳 레겐스부르크 공장(대지 140만㎡)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모두 1만여 명. 자동차의 문짝 등을 찍어내는 프레스공정에서 차에 색을 입히는 페인트 공정까지 각종 기계가 작동하는 시끄러운 소음이 고막을 흔들었다. 넓은 공장에 띄엄띄엄 근로자가 서서 일하고 있었다. 도대체 1만여 명이나 된다는 근로자들은 어디에서 근무하는 것일까. 이 공장의 발터 후버 홍보담당자는 "페인트 도색까지 공정의 97% 정도가 자동화돼 근로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암브라이스 쿤츠 매니저는 "1일 2교대를 하는 데다 '탄력근무시간제'와 '파견근무제'를 운용하기 때문에 공장에는 정규 근로자의 절반 이하가 근무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초과 근무해도 수당 더 받지 않는다=레겐스부르크 공장은 전 세계 자동차 공장 중 탄력근무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이다. 1988년에 도입했으니 20년째다. 제도 도입 이후 주당 88시간이었던 공장 가동 시간이 70~140시간으로 유연하게 변했다. 주문량이 많든 적든 고정적으로 일하던 시스템에서 주문량이 많으면 근무시간을 늘리고 적을 땐 더 많이 쉬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근로자들은 법정근로시간인 주 35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초과 근무수당을 받는 대신 '시간관리 계좌'에 초과근무시간을 적립한다. 주문 물량이 적어 근무 인력을 덜 필요로 할 경우에 적립된 시간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회사는 초과근무수당 지급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근로자는 회사의 경쟁력 저하로 해고당하는 일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노사가 함께 만들어낸 제도다. BMW 관계자는 "탄력근무제 도입 후 생산성이 30~40% 향상됐다"고 말했다. 레겐스부르크 공장을 비롯한 BMW 공장에서는 20년째 단 한 번도 파업이 발생하지 않았다. 후버 홍보담당자는 "주문량에 따른 공정 시간을 회사가 정하면 공정별로 구성된 근로자팀이 필요 인력 등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생산에 아무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공장 간 파견근무로 효용을 높인다=이 공장을 비롯해 뮌헨.딩골핑.란츠후트 등 바이에른주에 있는 BMW 4개 공장은 '파견근로제'를 실시하고 있다. BMW 관계자는 "주문량이 적은 공장에서 주문이 밀리는 공장으로 직원들을 언제든지 파견할 수 있다"며 "한 공장에서는 재고가 쌓이고 다른 공장에서는 주문이 밀리는 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근로자를 대상으로 파견근무제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회사가 어려우면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의식에서 출발한 상생적 노사관계는 한국 자동차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레겐스부르크(독일)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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