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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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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음반판매 첫 백만장 돌파 가수 변진섭
우리 대중음악에서 처음으로 「밀리언 셀러」(1백만장이상 음반판매)를 실현한 변진섭(25)이 들려주는 노래는 이제 한국가요의 전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수와 한이 깃들인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 가요팬들은 그의 매끄러운 목소리에 담긴 타고난 서정성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연속적으로 가수 왕 자리를 휩쓴 변진섭때문에 김민우·신승훈·이승환·이승철 등 가창력 위주의 젊은 가수들의 잇따른 탄생이 가능해졌다.
변진섭류의 음악은 올 들어 성인들을 위한 트롯의 기를 꺾어놓을 정도로 우리 가요의 얼굴이 되고 있다.
데뷔 때부터 충격적으로 한 음반에서 4∼5곡의 히트를 기록한 그는 외국 대중음악에 찌든 젊은이들과 일본식 리듬에 익숙한 성인들에게 일종의 세련된 대안을 제시, 한 가수에게 폭발적인 지지가 모여지는 풍토를 조성했다.
안정된 노래솜씨 때문에 변진섭이 최근 발표한 앨범 4집에서 시도하고 있는 다소의 변화들도 별무리 없이 다가온다.
『음악 자체 이외에는 승부를 걸 것이 전혀 없다』는 그의 일관된 지향에 성숙한 분위기의 신곡『너와 함께 있는 이유』(박주연 작사·심상원 작곡)와 복잡한 리듬의 『허물어진 성』(김수철 작사·곡)등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4년 동안 네 번째 음반을 녹음하면서 한 곡도 가벼이 흘려버리지 않기를 바랐어요. 메마른 삶을 촉촉히 적셔주는 음악의 힘을 서서히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정상의 가수로 숨가쁘게 달려오다 느끼는 이 같은 보람에 걸맞게 그가 『내 인생이 완전해지는 길은 하나/너와 함께 있는 것』(『너와 함께 있는 이유』중)이라고 외치는 것이 더욱 무게를 더한다.
『희망사항』을 만든 노영심이 노랫말을 쓴 「환경보호를 위한 노래」인 『우리가 잊은 하늘』은 대중음악의 건강한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떠오르고있다.
『데뷔이래 지금껏 정신 없이 노래부르기에만 열중하다보니 노래의 의미를 되새겨보거나 새롭고 창조적인 생산에 소홀했던 것이 아쉬워요. 이런 점에서 4집의 음악들은 한 단계도 약을 위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명칭엔 다소 문제가 많지만 「발라드」라는 가요의 큰 줄기를 형성시킨 장본인으로서 변진섭은 노래 자체에 대한 순수한 정열 때문에 더욱 빛나고있다. 음악에 대한 이해나 가창력과는 거리를 두고 눈요기와 말초적 자극에 치우치는 최근 대중음악의 구조적인 취향과는 대조적으로 변진섭은 가요의 「진정성」을 추구하고 있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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