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명암/중화학공업 “신바람”/노동집약산업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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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협/9월말 수출통계 분석/섬유·완구등 국제경쟁력 취약/반도체·조선은 급신장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수출이 약세를 보이는 반면 초기에 막대한 투자와 기술이 필요한 장치산업의 수출은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수출품목일수록 저임금을 앞세운 중국과 동남아의 거센 추격을 받아 국제경쟁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데 비해 대규모 장치산업은 아직 자본이나 기술이 부족한 이들의 추격권에서 일단 벗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월말까지 무역협회 수출통계에 따르면 섬유류의 경우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2.1%가 늘어난 1백13억3천만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노동집약적인 섬유제품(편직 및 직물제 의류와 가죽의류)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가 줄어든 61억9천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같은 섬유류제품이지만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공장자동화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등 섬유사와 직물·섬유원료의 경우 9월말 현재 수출은 51억3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기전자수출도 마찬가지로 라디오카셋·VTR·전자레인지 등 비교적 조립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가전제품의 수출은 41억8천만달러로 2.9%의 소폭증가에 그친 반면 초기에 엄청난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는 지난해보다 30.5%가 늘어난 37억6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해 대조를 이루었다.
올들어 수출이 큰폭으로 줄어든 신발(28억7천만달러,10.2% 감소)·완구·인형(4억5천만달러,18.4% 감소)·잡제품(4억4천만달러,4.6% 감소)의 공통분모는 비교적 기술이 단순하고 가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수출이 큰폭으로 늘어난 자동차(16억달러,18% 증가)와 조선(21억1천만달러,50.1% 증가)·화학공업제품(20억6천만달러,26.5% 증가)의 공통점은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이 필요하고 제품생산을 위한 초기투자 규모가 큰 업종으로 상품가격에서 고정투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들이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조선·기초유화원료의 경우 선진국들만 생산이 가능한 상품들로 세계시장의 수요변화에 따라 움직일뿐 동남아나 중국의 추격 등 다른 변수의 위협을 받지 않아 높은 임금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증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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