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 미국 GPS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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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이 위성을 이용한 위치확인시스템의 자체 개발에 나서며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도전장을 던졌다.

러시아는 독자 개발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인 '글로나스(GLONA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의 자국 내 서비스를 올해 말 시작하며, 중국도 독자적인 '베이더우(北斗)' 시스템을 내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유럽도 2011년 가동을 목표로 독자 시스템인 '갈릴레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로써 1994년 시작된 GPS의 이 분야 시장 독점이 종말을 고할 전망이다. GPS는 미국의 필요에 따라 위성 신호를 낮추거나 차단할 수 있어 각국은 안보 목적상 독자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러, 올해 말 글로나스 가동=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는 12일 내각 회의에서 "글로나스의 국내 운용 계획이 이달 말까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는 물론 민간 상대의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부터 러시아 내에서 글로나스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2009년 말 시작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GPS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 70년대 말 글로나스 개발에 착수, 93년부터 군사적 목적에 활용해 왔다. 한때 24기의 항법위성을 띄워 올려 정확도 높은 시스템을 운용했으나 소련 붕괴 뒤 재정난으로 위성 숫자가 크게 줄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주대국 부활 야망에 힘입어 복원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항법위성 3기를 추가로 발사해 모두 17기의 위성을 갖췄다. 올해 중 1기를 더 쏘아 올려 자국 내 군사.민간용 서비스에 들어가고, 2009년 말까지 24기의 위성을 갖추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이 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지 50주년이 되는 올해 상업적 목적의 글로나스를 가동하기 위해 이 사업을 집중 지원해 왔다. 올해만 110억 달러(약 10조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중국, 내년 베이더우 가동=지난달 3일 중국은 쓰촨(四川)성 시창(西昌) 우주기지에서 베이더우 4호 위성을 창정(長征) 3호A 로켓에 실어 쏘아 올렸다. 이 위성은 중국이 2000년 10월 최초 발사 이후 네 번째로 올린 항법위성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0월 위성 백서를 발간하고 "(2011년까지) 5년 안에 베이더우 계획을 최종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두 35기의 항법 위성을 갖춰 전 세계 대상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선 내년까지 자국과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은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유럽연합(EU) 주도의 갈릴레오 프로젝트에도 296만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의 발 빠른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중요한 위치 정보가 국제테러집단에 유출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은 "베이더우 계획은 (정밀도가 약 10m인) 민간용과 군사용(수십 ㎝)으로 철저히 나눠 서비스할 예정이기에 때문에 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유철종 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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