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드라마 속 의사들이 걸린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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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하얀 거탑' 장준혁 - 담관암
담석.기생충 원인
증상 보이면 중증

◆ 장준혁의 담관암=일본 원작에선(1969년 출간) 주인공이 폐암으로 숨진다. 일본에서 제작된 '하얀 거탑'엔 흡연 장면이 수없이 등장한다. 국내 TV 드라마엔 흡연 장면을 삽입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래서 일부 누리꾼은 장준혁이 간암에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간.담췌외과 전문의인 데다 음주 장면이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암은 흔한 암이어서 배제됐다. 치료가 힘들고 사전 자각 증상이 없는 것이 담관암으로 낙점된 배경이다(배익현 PD). 담관은 담즙이 간에서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통로. 이곳에 암세포가 자라는 것이 담관암이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최동욱 교수는 "담석과 간흡충증(민물고기를 날로 먹을 때 기생충에 의해 감염)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주 증상은 황달이며, 대개 소변 색이 짙어져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준혁은 자주 복통을 호소하지만 실제 복통이 있는 경우는 20~30%이다.

최선의 치료법은 수술이지만 암은 상당히 진행된 뒤에 발견돼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항암제.방사선 치료는 생명 연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강남성심병원 외과 정재필 교수).

'봉달희' 이건욱 - 폐포암
비흡연자 많이 걸려
완치율 42%로 높아

◆ 이건욱의 폐암=드라마에서 외과 의사 이건욱은 자신이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과음하지 않았으며, 가족력도 없는 내가 폐암이라니…"라며 절규한다.

폐암 원인의 80% 이상은 흡연이다. 그러나 담배를 일절 피우지 않는 사람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 여성.비흡연자에게 주로 오는 폐암은 선암(흡연자도 걸릴 수 있다). 건욱이 걸린 기관지 폐포암이 이 부류에 속한다. 건국대병원 호흡기센터 이계영 교수는 "전체 폐암 완치율(5년 생존율)이 14% 정도인데 비해 기관지 폐포암은 42%"이며 "1, 2기는 수술로 깨끗이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기 이상의 환자도 70~80%는 이레사.타르세바 등 항암제로 치료 가능하다.

흡연과 무관한 폐암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간접 흡연.대기오염과 라돈.조리에 사용하는 가스 등 실내 오염물질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 드라마에서 건욱이 아내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무리한 수술 일정을 소화하는 등 과로한 것도 암을 촉발시킨 간접 요인이 될 수 있다.

'봉달희' 봉달희 - 승모판 협착증
류머티스열 후유증
심장판막 성형해야

◆ 봉달희의 승모판 협착증=달희는 7세 때 류머티스열을 앓았다. 이 후유증으로 심장 판막이 좁아져 승모판 협착증이 생기자 첫 번째 판막 성형술을 받았다.

이후 달희는 잘 지내다가 25세 때 두 번째 수술을 받게 된다. 그동안 '소리 없이' 승모판 협착이 진행됐기 때문. 실제 승모판 협착증은 여성에게 흔한 병이다. 어릴 때 증상이 없다가 성인이 된 후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주 증상은 호흡곤란.

특히 운동할 때 다량의 혈액이 좁아진 승모판을 통과해야 하므로 호흡이 더 가빠진다. 드라마에선 달희의 '다리가 붓는 증상'이 강조된다. 모터(심장)가 약해져 다리로 내려온 피가 위로 되돌아가지 못해 다리가 붓는다(강석훈 작가, 가정의학과 전문의).

'달희의 병'은 판막 성형술로 완치 가능하다.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김준석 교수는 "과거엔 수술 후 재발하곤 했지만 요즘은 한 번의 수술로 정상 생활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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