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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5%가 국내증시 물 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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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한민국 증시는 '타짜'들이 활개치는 시장이다. 5%의 타짜들이 95%의 순진한 사람들, 그러나 탐욕에 눈이 멀고 오기 때문에 이성을 잃은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시장이다."

국내 증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날을 세운 이는 'Mr. 쓴소리'란 별명의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 그는 1992년 부도날 위험이 큰 25개 회사를 찍어 보고서를 냈고, 97년에는 '대우 부도' 위험을 미리 경고하기도 했다.

정 부장은 지난해 대한민국을 '도박 공화국'으로 몰아갔던 '바다이야기'와 국내 증시 일부에서 전개되는 도박 증시와의 유사성을 비교했다. 저소득 서민층이 참여하고, 대박에 의한 인생역전을 노리며, 그만 둘 만하면 등장하는 고래처럼 급등 시세가 나오고, 그 결과 도박에 중독되는 것처럼 대박 시세를 탐닉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래가 나온 뒤부턴 게임기가 돈을 집어삼키는 것과 같이 급등시세 이후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다. 바다이야기 광풍의 원인에 정책 실패와 뒷북 행정이 있는 것처럼 도박 증시의 배후에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규제책이 버티고 있다. 정 부장은 도박 증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땄을 때 적당하게 일어설 것"과 "끝까지 가면 반드시 다 잃게 된다"는 두 가지 원칙을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또 도박 증시가 감춘 여섯가지 함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신산업의 출발 단계엔 수많은 기업이 뛰어들지만 성숙 단계에서 생존하는 기업은 세 개 정도에 그친다는 '성장의 함정' ②수많은 아이디어 중 상업적 성공을 거둬 해당 기업의 이익 창출로 실제 연결될 확률은 5% 안팎에 불과하다는 '5% 확률의 함정' ③신기술.신제품 관련한 풍문과 뉴스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주가 선(先)반영의 함정' ④무분별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남발에 따른 '수급구도의 구조적 함정' ⑤'초(超)저가주의 함정' ⑥'액면분할이 주는 착시의 함정' 등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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