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조석래 회장 추대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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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번엔 제31대 차기 회장을 뽑을 수 있을까.

전경련이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연다고 13일 발표하자 재계 안팎에선 이런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번 총회는 지난달 27일 정기총회에서 선출이 무산된 차기 회장을 뽑는 자리다. 전경련 측은 "회장단인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차기 회장에 관한 의견을 거의 모았다"며 "17, 18일 중 회장단 간담회를 하고 총회에 추대할 후보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회장에는 조석래(72) 효성 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강신호 현 전경련 회장은 9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투명사회협약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회장이 유력하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 회장 이외에 박삼구(62) 금호아시아나 회장, 현재현(58) 동양 회장 등이 차기 물망에 올랐지만 정작 본인들은 극구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우건설(금호)과 한일합섬(동양)을 각각 인수한 만큼 경영에 전념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반면 조 회장은 회장단이 추대하면 수락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경련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지난달 초 효성그룹 인사에서 장남인 조현준 ㈜효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세 아들을 책임 있는 자리에 앉혀 경영 부담을 덜었다.

강신호 회장도 최근 회장단을 접촉해 조 회장을 추대하자고 설득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이 회장단 중 강 회장을 빼고 최연장자인데다가 다른 총수들은 하나같이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한다는 점 등을 강 회장이 주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나이 70 이면 회장을 해선 안 된다"며 조 회장 추대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한 이준용(69) 대림 회장도 지금은 조 회장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회장은 "우리 나이로 70인 나는 전경련 회장을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 등 4대 그룹은 "차기 회장 문제는 집행부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회장단 안에서 전경련이 더 이상 분열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더욱 강해졌다"며 "회장단이 빠르게 의견을 모으고 있어 20일 총회에서도 차기 회장을 뽑지 못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1월 말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강 회장을 재추대키로 했었다. 그러나 김준기 동부 회장이 이에 반발해 회장단에서 자진 사퇴할 의사를 밝히자 강 회장도 연임을 포기했다.

그 뒤 전경련 회장단은 누구를 회장으로 할 것인가에 관한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정기총회에서 전경련 46년 사상 처음으로 회장을 뽑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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