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토론방] 의제: 본 의회는 교복제도를 폐지할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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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패션쇼에서 학생 모델들이 다양한 모양의 교복을 입고 맵시를 뽐내고 있다. [중앙포토]

찬성 이승호(구룡중2) 학교 교복제도 폐지에 찬성한다. 우선, 교복제도는 시대에 동떨어진 것이다. 그것은 과거 개인보다 집단을 중요시하는 획일화된 군대식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는 사회가 더 다양하고 특별한 개성과 재능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외우기식' 교육보다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논술이 강조되고 있는 점도 이에 기인한다.

둘째로 교복은 실용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교복이 정장이라서 한창 움직임이 많은 청소년기에 활동하기 불편하다. 뿐만 아니라, 면 소재라서 겨울에는 춥고 남학생의 경우 긴 바지라서 여름에는 매우 덥다.

그리고 사복을 입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최근 오히려 비싼 교복값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 값비싼 사복으로 인한 학생 간의 위화감은 무조건 교복을 입게 해서 없앨 것이 아니라 학교의 끊임없는 교육으로 줄여가야 할 문제이다. 교복제도는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이나 미풍양속이 아니라 단지 일제강점기의 잔재일 뿐이다.

반대 한민정(구룡중2) 학생들의 개성 표현을 제한하는 등의 찬성 측 의견과는 달리, 교복제도는 여러 면에서 좋은 제도이다.

첫째, 교복을 착용하면 학생들 사이의 비교 의식을 없애주고, 서로 간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사복을 입게 되면 옷을 잘 입는 학생들이나 유명브랜드의 옷을 입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서로 비교되어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교복을 입으면 모두 같은 옷을 입기 때문에 이러한 비교가 사라질 뿐 아니라 같은 학교 학생으로서의 친근감과 단합을 갖게 해줄 것이다.

둘째, 교복을 착용하면 더 경제적이다. 교복제도의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교복이 비싸다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한창 사춘기 때인 학생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므로 다양한 옷을 사는데 돈을 소비하게 된다. 이에 비해 교복은 한두 벌만 사서 3년 동안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사복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다. 학생들 사이의 비교 의식이 사라지고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교복제도의 폐지를 반대한다.

첨삭·총평

이번 주에 찬반의견을 올려준 두 학생은 토론자로서의 기본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이승호 학생은 두 가지 논거를 들어 교복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방어적인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주장에 더해 근거와 간략한 증거까지 적절하게 사용한다. 단 결론에서 일제강점기를 언급하는 것은 이전 내용과 동떨어진다. 강하게 내용을 끝맺으려는 노력으로 보이나 새로운 논거를 잠깐 언급하는 모습으로 적절한 결론의 모습에서 벗어났다.

한민정 학생 역시 잘 정리된 내용을 제시해 주었다. 특히 논거를 제시할 때 주장이 무엇인지 간략하고 명확하게 언급해 주면서 시작하는 것은 독자의 (구술 토론을 한다면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배려해 주는 친절한 도구이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장과 근거 외에도 증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내용을 약간이나마 언급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조슈아 박 한국토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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