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4일은 화이트데이? No! '파이데이'

중앙일보

입력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일명 '화이트데이'다. 그러나 이날 연인이 아닌 원주율(π)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바치는 이들이 있다.

일명 '파이데이'. 프랑스 수학자 자르투가 원주율(π) 값인 3.14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전세계 원주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해피 파이데이' 노래를 부르고, 원주율을 논의하며 끝없이 펼쳐진 소수점 행렬을 암송한다. 온갖 종류의 파이를 먹고 이를 위한 시를 짓기도 한다.

세계 최대 원주율 암송 기록 보유자인 일본의 정신과 카운셀러 하라구치 아키라씨(60). 그는 16시간동안 원주율의 소수점 10만자리까지 암송한 기록을 갖고 있다. 2005년에도 8만3431자리까지 암송한 바 있다. 아쉽게도 이번 기록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기네스 공식 기록으로 남진 못했다.

현재 기네스 기록은 중국의 차오루라는 대학생이 2005년 24시간동안 6만7890자리를 외운 것.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26개 비디오테잎을 제출했었다.

아키라씨는 "내가 목표로 하는 건 단순히 배열된 숫자를 암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원주율 안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데 매력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원주율이 삶의 일부가 된 사람도 있다. 12년 전 미국 필라델피아 오페라 하우스에서 경비로 일하던 마크 우미레씨(40)는 노래를 외우는 방법으로 원주율을 외우겠다고 맘 먹은 이다.

현재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밝혀진 원주율은 소수점 1조2400억자리까지. 우미레씨는 여기에 리듬을 넣어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 녹음했다. 그리고 2년동안 샤워할 때를 제외하고 언제 어디서든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 그 결과 그는 소수점 1만2887 자리 암송한 미국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파이에 열광하는 것은 궁극적인 진리를 배우려는 의지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해 내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자신의 은행 계좌 등 생활 속의 숫자는 외우는 데는 소질이 없다.

버지니아에 사는 소프트웨어 전문가 마이크 케이스는 파이(pi)를 위한 시(poem), 'piem'을 썼다. 아름다운 사랑 노래인 이 시를 구성하는 각 단어는 각각의 소수점 자리 숫자로 이뤄져 있다. 이를테면 '3.1415' 순서대로 'One: A Poem: A Rave', 세글자의 One과 한 글자 A 순으로 이뤄진 것.

그렇다면 이들은 'π=3.14159...'라는 사실에 왜 이리 흥분하는 것일까.

AP통신은 사람마다 파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끊임없이 계속되는 숫자와 정형화되지 않은 패턴, 이를 암기한다는 지적 훈련의 매력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전했다.

원둘레와 지름의 비라는 간단한 정의에 탐닉하는 것은 수학에 열중하는 이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프랑스 간판 브랜드인 지방시는 남성향수 '파이(π)'(사진 오른쪽) 출시했고, 영국 여가수 케이트 부시는 자신의 노래에서 원주율을 얘기했다. 유튜브에 가면 원주율 암송 장면을 녹화한 동영상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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