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특급 이강석 '이젠 올림픽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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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강석(22.의정부시청)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간판 스타다. 단거리인 500m는 폭발적인 스피드는 기본이고, 빼어난 순발력이 없으면 도전하기 힘든 종목이다. 몇백 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그만큼 민첩한 스타트가 필수다. 게다가 직선 주로만을 달리는 육상 100m와 달리 곡선 주로를 두 차례 돌아야 하기 때문에 유려한 코너워크도 갖춰야 한다.

이강석은 이 모든 요소를 갖춘 세계 정상의 스프린터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국가대표팀 코치로 이강석을 지도했던 이인훈 전북도청 감독은 "순발력과 코너워크는 제일 좋다. 특히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냈기 때문에 앞으로 기대가 더 크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에 너무 긴장해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점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수년간 세계 정상을 지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순발력은 물론 '황소'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힘이 장사다. 120㎏의 바벨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사용하고 있으며, 허벅지 굵기도 대표 선수 중 최고다.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파워 스케이팅을 구사한다.

이강석은 한국체대 1학년 때인 2003년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러나 대표선수라기보다 선배 이규혁(서울시청)의 훈련 파트너로 태릉선수촌을 드나들었다. 그때까지는 코너워크가 불안했다. 스타트 후 100m 직선 주로에선 당할 선수가 없지만 코너로 접어들면서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고질병이었다.

2004년 학교 측의 배려로 캐나다 캘거리와 일본을 오가며 코너워크를 다듬었다. 특히 세계 정상의 스프린터 출신인 일본의 구로다 도시유키 감독의 지도가 큰 힘이 됐다. 코너를 돌 때 높은 자세가 문제였다. 직선 주로의 스피드를 떨어뜨리지 않고 코너를 돌아 나가는 법을 도시유키에게서 배웠다.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이강석은 2005년부터 이규혁을 따돌리고 단거리 국내 1인자가 됐다.

2005년 1월 인스브루크 겨울유니버시아드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그해 11월 한국신기록(당시 34초55)을 세웠다.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500m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건 이강석은 지난달 창춘 겨울아시안게임에선 가토 조지 등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달 초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9차 월드컵에서 34초43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정상급 24명만 출전한 세계종별선수권대회에서 '빙판의 제왕'에 등극한 것이다.

1차 레이스에서 34초44로 기대에 못 미친 이강석은 2차 레이스에서 34초25의 세계신기록을 세웠으며 합계에서도 68초6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강석은 "시상식 후 외국 기자들로부터 '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라는 말을 들었다. 또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가토 등을 모두 따돌리고 획득한 금메달이어서 기쁨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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