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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촌티 = 뷰티 봄바람 타고 온 '레트로'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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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유행'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세태와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복고(復古)주의'는 유행의 한복판에 있었다. 끊임없이 변하는 현대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겐 '옛것을 그리워하는 심리'가 있고, 복고주의는 이러한 심리를 노리는 상술이 만들어 낸 시들지 않는 주제였다. 최근엔 '복고주의'대신 '레트로(Retro)'라는 말로 많이 쓰인다. 이러한 '레트로'도 유행을 탄다. 올해 인테리어.패션.식품 시장에 나타나는 레트로의 경향을 알아봤다.

먹거리에

샤니의 찐빵 제품 '팡찌니'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 말까지 2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13% 늘었을 뿐만 아니라 35년 찐빵 판매 사상 최대 기록이다. 개수로 따지면 1억2900만 개로 국민 한 사람이 세 개 가까이 먹은 셈이다. 샤니 측은 '추억의 상품'인 찐빵이 이처럼 잘나가는 것을 '복고 바람'이라고 단정한다. 레트로 제품의 반응이 좋자 이 회사는 2월, 1970년대의 촌스러워 보이는 '케익 먹는 소녀' 상표를 그대로 살린 '추억의 빵'(스위스롤.카스텔라.백설기 등) 시리즈를 출시했다. 역시 1주일 만에 2억원어치가 나갈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롯데제과는 70~80년대 시장에 선보였던 땅콩튀김과자 '붐비나'를 지난해 '꿀맛이네'로 바꿔 출시, 월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90년대 중반 사라졌다 2000년대 초 다시 출시한 '빠다코코낫'도 월 2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해태제과도 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옥수수 버터구이 스낵 '칸츄리콘'와 초코바 '매치매치'를 업그레이드해 지난해 7월 재출시, 월 1억3000만~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요즘 식품업계에 '레트로 바람'이 거세다. 업계에선 이를 불경기 탓이라고 한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식품업계에선 70~80년대 나왔던 추억의 먹거리를 내놓아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해태제과 이상일 마케팅기획팀장은 "식품업계의 레트로 바람은 과거 인기 상품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큰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데다 주 소비층인 아동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성인층을 잡겠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나온 레트로 상품의 경우 단순히 과거 제품을 그대로 내놓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바뀐 소비자의 기호를 적절히 가미, '리뉴얼' 제품을 내놓았다. 이른바 '모던 레트로(Modern Retro)'다. 롯데칠성음료는 2000년대 빅 히트상품이었던 '2% 부족할 때'를 내놓으면서 웰빙 기호를 의식해 기존 제품의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천연감미료(결정과당)를 사용했고, 용기 모양도 개선했다.

샤니는 젊은 층을 위해 햄치즈.해물.초코 찐빵을, 웰빙 먹거리를 선호하는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잡채.호밀 찐빵 등을 선보였다.

이현상 기자

인테리어에

오리엔탈리즘은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레트로 인테리어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엔 온돌과 같은 좌식생활의 컨셉트를 채용한 가구도 눈에 띈다. 여기에 1950~60년대에 나왔던 원목라디오 같은 아날로그 제품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신제품은 부엌에 좌식 평상을 도입한 에넥스의 '안채' 시리즈다. 싱크대와 평상 형태인 '안채자리'가 세트로 나왔다. 온돌 기능을 합쳐 부엌일을 하다 걸터앉아 채소를 다듬거나 자녀의 숙제를 봐줄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30평대 아파트의 평균적 부엌이 450만원 선.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원목 좌식 탁자들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한샘에선 평상마루같이 나무로 짜 맞춘 '타임 3002 오리엔탈 티테이블'을 내놓았다. 53만3000원.

중국 가구 수입업체 아시안데코 등에서 팔고 있는 '나비장'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고가구 스타일을 재현한 칠기가구로, 검정.노랑.빨강의 바탕에 알록달록한 나비 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언뜻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작은 장 하나로 오리엔탈리즘을 표현할 수 있는 포인트 소품으로 많이 찾는다. 크기에 따라 30만~100만원 정도다. 침구도 공단 소재에 전통적인 꽃.새.벌레 등을 새겨 넣은 전통 스타일이 많이 나왔다. 신세계 본점에 입점한 '인휴'는 60수 면을 실켓 가공해 공단처럼 보이게 한 뒤 모란꽃 문양을 수놓은 '윤' 침구세트(퀸 사이즈 누비패드, 이불.베개 2개와 커버)를 79만원에 판다.

구형 라디오와 전화기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나왔다. 미국 티볼리사에서 나온 라디오 '원(one)'은 다이얼을 돌려 주파수를 맞추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라디오 외의 기능은 없는데도 가격은 20만원 선이다. 60년대식 원목 라디오를 그대로 재현한 이 제품은 지난주 테크노마트에서만 80여 대가 팔렸다. CJ몰은 미국 크로슬리사의 앤티크 제품 시리즈를 지난달 2600만원어치 팔았다. 50년대 미국의 공중전화를 본뜬 '앤티크 공중전화기'(13만3500원)나 LP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22만4250원) 등이다. CJ몰 최유정 MD는 "레트로 인테리어 소품이 매달 30%씩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특히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패션까지

올 봄 패션은 '1980년대로의 회귀'가 주 테마다. 민주화와 자유에 대한 열망이 넘치고 경제적으로 가장 풍요로웠던 역동적인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패션 경향에 그대로 묻어 있다. 이 시대의 패션은 경제적 풍요를 반영하듯 풍성하고 과장된 실루엣, 여성의 사회적 활동 증가와 함께 나타난 여성들의 바지정장과 어깨 패드가 들어간 재킷 등이 큰 흐름이었다.

풍성한 상의가 돋보이는 Y룩이 시장에 대거 나온 것은 바로 80년대에서 가져온 경향이다. Y룩은 어깨에 패드를 넣거나 주름을 많이 잡아 상의가 풍성하고, 아래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은 극단적으로 폭이 좁은 레깅스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원피스 드레스에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게 하는 벨트를 매치시키는 것도 80년대의 영향이다. 보통의 원피스에 허리를 강조하는 벨트룩이나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롱셔츠에 매치시킨 벨트룩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여성의 바지정장에서 돋보이는 재킷 역시 80년대를 되살린 것이다. 구호.와이케이038.타임.막스앤스펜서.모그.코데즈컴바인.미니멈 등 많은 여성 캐릭터 정장 브랜드가 봄 시즌에 맞춘 여성용 바지 정장을 내놓고 있다. 가격대는 30만원 이상이다.

주로 구두나 백, 벨트에서 눈에 띄는 반짝이는 스타일은 60년대의 산물이다. 우주선과 달탐사가 화제였던 시기여서 별빛처럼 반짝이는 것이 패션에 응용됐기 때문이다. 세코야.제덴.닥스 등에서는 실버와 골드 빛깔의 다양한 백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10만원 이상의 가격대로 출시돼 있다.

금강제화에서는 탄생석을 주제로 해 보석을 구두 전면에 배치한 디자인의 봄 신상품도 내놨다. 일반적으로 구두에 장식된 보석류는 작은 소품 정도로 쓰였지만 올해 선보인 것은 레트로 유행 경향인 반짝임을 강조하기 위해 보석 자체가 주제로 보일 만큼 큰 것이 쓰인 게 특징이다.

초미니스커트 역시 60년대 복고의 영향이다. 지난해부터 유행했던 미니스커트는 올해 더욱 짧아지면서 60년대의 모습과 더욱 닮아가고 있다. '미니 드레스'라고 불리는 짧은 길이의 이 원피스류는 매긴나잇브릿지.오즈세컨.시스템.아나카프리 등 여성 캐주얼 브랜드에서 선보이며 가격은 보통 20만~30만원 선이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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