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무역자유화 가능성 타진/12일 개막 APEC 서울총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각국 이해달라 합의도출은 어려울듯/한국 아태무역의존도 높아 적극 대응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각료회의를 계기로 이 지역의 역내무역자유화와 블록화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호텔신라에서 3일간 열리는 APEC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및 역내무역자유화 방안 등이 논의되며 APEC활동에 대한 기본적사항을 규정한 「서울선언」을 채택하게된다. 또 현행 12개회원국외에 중국·대만·홍콩등 3개의 중국이 새로 가입,회원국이 15개 국으로 늘어남으로써 APEC가 명실상부한 아·태 지역협력체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된다.
이밖에도 멕시코·칠레·소련등 8∼9개국이 APEC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번 APEC 각료회의의 특징은 UR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EC(유럽공동체)와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의 통합에 따른 EEA(유럽경제지역)의 창설,북미자유무역연합(NAFTA)협상이 진행되는등 세계경제환경의 지각변동기에 열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보호주의적인 지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세계경제환경속에서 APEC의 좌표설정을 위한 각국의 논의가 예상된다. 특히 APEC의 상설기구화에 따른 사무국설치와 재정문제에 대한 집중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대현안인 역내무역자유화에 대해서는 각국의 이해가 달라 원칙적인 선언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9년 APEC창설을 주도했던 호주와 뉴질랜드는 아·태 지역국과의 무역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아 무역자유화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ASEAN(동남아국가연합)은 EAEG(동아시아 경제그룹),AFTA(아세안자유무역지대)등 동사이아지역의 블록화를 추진,APEC 전체의 무차별적 자유화에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APEC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갖고 있는 미국은 APEC를 통해 대아시아영향력을 유지하려들뿐 이 지역의 블록화보다 NAFTA에 관심이 쏠려있다.
일본 역시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내심으로는 역내 무역자유화를 바라지만 미국의 견제를 의식,드러난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의 무역자유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섞여있어 각국의 경제력격차가 크고 산업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PEC가 지역협력체로서 갖는 의미는 적지않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의 중재역할을 통해 국제적인 위상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APEC는 세계경제협력 기구중에서 조직이 가장 느슨하지만 APEC경제권의 인구는 세계전체인구의 36.8%를 차지,NAFTA(6.9%),EC(6.3%)등을 훨씬 앞서고 있다.
APEC의 GNP(국민총생산)는 전세계의 52.6%를 점유,NAFTA(30.3%),EC(24.8%)를 앞지른다.
특히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국내시장이 좁은 우리나라는 대외지향적인 경제발전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다 APEC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75.5%(수출 78.8%,수입 70.2%)에 이르러 이 지역국가와의 경제협력은 중요하다.
또한 아·태지역 전체의 경제블록화는 당장 실현이 불가능하지만 말레이시아가 제창한 EAEG,소련이 제시한 환동해(일본해) 경제권,AFTA등 역내 블록화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대응방안모색이 필요해지고 있다.
APEC는 현재 「개방적 지역주의」를 기본입장으로 하고 있으나 EC,NAFTA등 지역주의추세가 확산되고 이들 블록이 역외국가에 대해 차별적인 정책을 편다면 동북아지역에서도 경제블록의 태동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번 APEC 각료회의에는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국무,로버트 모스배커 상무부장관과 칼라힐스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UR협상 등에 대한 막후협상이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작년9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APEC 통상장관회담때 UR농산물협상에 대한 견해차가 드러남으로써 과소비억제운동과 함께 한미간 통상마찰로 비화돼 박필수 상공부장관이 경질된 사례가 있다.<길진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