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교육은 문화유산 계승에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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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9월27일 교육과정위원회에서 발표한 제6차 교육과정 개정시안은 실용성·효용성이란 목적으로 실용학문을 중시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면 실용적인 학문을 중시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교육과정개정안의 취지는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에서 진행중인 교육과정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해도 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발표한 내용가운데 중학교 교육과정중 한문을 국어에 통합시키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선택과목으로 정하였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단순히 아이들, 아니 우리 모두가 까다로운 한문과목을 싫어해서 이같은 발상이 나왔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를 우리의 표기수단으로 사용했고, 우리 조상들의 사상·감정·가치관등이 모두 그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한자·한문의 기초학력 배양없이는 우리 조상들의 문화유산을 결코 계승할수 없다.
따라서 한문교육은 한문을 이해할수 있는 기초기능을 길러 전통문화를 아끼고 바르게 계승,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길러줌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기반으로 삼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본다.
이번 개정안에서 한문교과를 국어과목에 통합시킨다고 했는데 그렇게 될 경우 국어과 교육은 본질적 교육목표인 언어사용기능 신장에 저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게 되며, 수업도 한자 지식위주의 교육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국제화시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영어교육·컴퓨터교육이 강화되어야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통시적 입장에서 볼 때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한문교육은 더욱 중요시되고 오히려 강화되어야 함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국제 이해를 위하여 영어등 외국어만 가르치고 우리문화의 토대를 이루었고 앞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한문교과목을 없앤다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저해하고 외래문화의 종속적 위치로 전락하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한문교육은 이같은 관점에서 폐지될 수 없으며 또한 전통문화의 이해와 계승·발전 및 올바른 국제화시대로 도약하기 위해 현재보다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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