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6번째 앨범 낸 첼리스트 장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3일 발매한 첼리스트 장한나(25.사진)씨의 새 음반 첫 곡은 귀에 익숙하다. 1994년 방영된 드라마 '옥이이모'의 삽입곡인,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이다. 60년대 한국사회의 가난과 희망을 그린 작품 속 주인공들의 슬픈 감정과 맞물려 진한 호소력을 발휘한 곡이다. 이 곡은 드라마 때문에 유독 한국에서만 인기가 높다. "드라마 '옥이이모'의 인기가 아주 많았다면서요"라고 웃은 장씨는 "유럽 등 외국에서는 거의 연주되지 않아 숨은 진주 같은 곡으로 통한다"고 곡에 대한 소개를 했다.

이처럼 이번 앨범은 잘 알려지지 않은 후기 낭만파 작품 9곡으로 채워졌다. 때문에 장씨는 이번 앨범을 '숨은 보물'음반이라고 부른다. 글라주노프의 멜로디, 드보르자크의 론도는 그녀가 혼자 악보를 보고 연주해보다가 "이 곡을 꼭 알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음악이다. "애틋한 감정들을 담은 곡이 자주 연주되지 않아 안타까웠어요." 프로코피에프.쇼스타코비치 등 해석.연구가 중요한 작품들을 공부하는 와중에 장씨가 휴식처럼 즐겨 연주한 곡들이 이번 음반에 들어갔다.

앨범 중 소품들 사이에 끼어있는 랄로의 협주곡 d 단조는 연주경험이 많은 장씨도 한두 번 밖에 연주해보지 않은 곡이다.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와의 상의 끝에 이 곡의 삽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장씨는 "시와 소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함축적이고 짤막한 작품과 스토리가 담긴 3악장 길이의 협주곡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1년여 만에 6번째 앨범을 내게 된 장씨는 현재 활발한 해외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연주를 마쳤고 이달 하순에는 스페인.영국.독일 등으로 또 출발한다. 드레스덴 필하모닉,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협연 일정이 잡혀있다.

이처럼 바쁜 장씨지만 한국에서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실을 열기 위한 짬은 언제든지 내려고 마음먹고 있다. 지난해 장씨는 서울시와 손잡고 초등학생을 위한 음악교실을 열기로 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장씨는 올해에도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빠르면 올해 8월부터 시작하기 위해 욕심을 내고 있다. 장씨는 "아이들 마음에 음악을 심어놓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하면서 나눈 교감도 장씨에게는 잊지못할 경험이었다고 한다.

장씨는 어린이 음악교실 개최와 스승 로스트로포비치(80)의 완쾌를 올해의 소망으로 꼽았다. 11살이었던 그녀를 발탁한 로스트로포비치는 지난해 12월부터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장씨는 "워낙 건강한 모습만 보이셨던 분이라 충격이 크다"며 "연주회장 등에서 음악과 함께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