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경관 징계 수위 낮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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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1시50분쯤 이택순(사진) 경찰청장이 경찰청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찾았다. 전날 '청렴도 향상 혁신 워크숍'에서 전국 일선 경찰서 청문감사관들을 상대로 한 격려사 중 일부 내용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청장은 당시 ▶경찰관의 사소한 실수를 언론이 과장보도해 대국민 이미지가 나빠졌고▶음주 경찰관 징계 수위를 완화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총수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청장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무슨 말을 했나=이 청장은 6일 340여 명의 청문감사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지난해 가슴 아팠던 것은 (경찰관) 구속자 수가 조금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준비한 원고에 없던 내용이었다.

이어 "이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실 문제가 크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들이 오락실 단속 업무와 무관하게 업주와의 친분관계로 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나의 실수를 대서특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관의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 이 청장은 "경찰관 음주운전자에 대해 너무 가혹하게 처벌하니까 (단속에 걸린 경찰관이) 뺑소니를 치는 것이다. 웬만하면 보도되지도 않으니 일상적 수준으로 균형있게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징계 경찰관의 숫자가 참여정부 초기 900여 명에서 지금은 680여 명으로 줄었으며, 세계적 평균보다 청렴도가 높은 편이라는 주장도 폈다.

이 청장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7일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속된 경관이 많았고, 이 사실이 대서특필돼 경찰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경찰관들이 구속된 것은 본인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며 이를 언론 탓으로 돌리려는 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음주운전 경찰관의 징계 완화 지시에 대해선 "다른 부처와 너무 큰 차이가 나고 실제로 소청심사위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찰 청렴도 어느 정도인가=경찰청이 지난해 국회 행정자치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 범죄 적발 건수는 2003년 395건, 2005년 276건, 2006년 1~7월 152건 등 감소 추세다. 비위 경찰관 적발 건수도 2003년 900건, 2005년 942건, 2006년 1~6월 325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느끼는 경찰의 청렴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가청렴위원회가 국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조사에서 경찰청은 지난해 14개 중앙 행정부처 청(聽)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경찰청의 청렴도 수치는 8.35로 평균치(8.77) 밑이다.

◆"부적절한 발언"비판 높아=이재근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은 "법률을 집행하는 책임자로서 직위와 본분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교근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정책실장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의 반응도 곱지 않다. 아이디 'downspoint'는 "'오락실 업주와의 친분관계에 따른 실수'라는 말은 경찰관이 돈을 받은 게 실수니까 눈감아주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철재.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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