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풍」 이미지에 「도시풍」역 맡아 땀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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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탤런트 정한용씨(37)는 언제봐도 편안하다.
투박하면서도 소시민적이고 순박한게 정씨가 풍기는 인상이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TV화면 안팎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랬고, 현재 KBS-1TV 『옛날의 금잔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가 얼마전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다 실패했다. MBC-TV의 새 드라마 『도시인』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쓸쓸한 분위기에 노동자의 의식을 표출하는 역인줄 알았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고달픈 봉급쟁이역이었어요.』
연출자의 꾐(?)에 빠졌다며 속은 표정을 짓는속에서도 쾌활히 웃어넘기는 품이 평소의 그답다는 느낌을 준다.
얘기를 풀어나가는 정씨의 비유가 재미있다.
『그래도 변한 구석은 있습디다. 어렵게 사는 봉급쟁이의 면서기 공무원풍이 종전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도시풍으로 바뀐 셈이죠.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멋쟁이 마누라를 둔….』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웃기는 역이란다. 때문에 정씨는 노동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당초의 드라마 메시지를 살리고 자신의 인상도 새롭게 할겸 연기력에 승부를 걸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허술하지 않고, 꽉 차고, 실리도 챙기고…. 대충 그런 모습이 될겁니다.』 정씨는 자신의 굳어진 이미지에 대해 잘 아는 연기자다.
그의 말마따나 사람들이 「무지하게」좋아하고, 특히 할머니들이 그가 귀여워서 「죽으려고」한다는 투다.
연출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자기 주장을 하면서도 인간적으로 겸손한 정씨의 성격적인 매력을 높이 산다.
TV에서 맨날 바보로 나오는데 기분 좋을리 없다는 정씨는 실제의 자신을 이렇게 평한다.
『낭만적인 성격입니다. 그렇다고 「알면서 망하는」부류는 아니죠. 구겨지지 않은 정서를 가진 탓에 이만큼 된게 아닐까요.』
얼굴·몸매가 형편없는 데다(?) 목소리도 좋지 않은등 조건이 안좋은 배우라는 스스로의 혹평을 덧붙인다. 그러나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태어난걸 다행으로 여길줄 아는 낙천주의자의 면모도 엿보인다.
정씨는 81년 서강대경제과를 졸업했다. 친구따라 강남가듯 학창시절 친구를 좇아 그 얼굴에(?) 구경삼아 탤런트에 응모했다가 방송계에 입문, 방송사의 일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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