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 반환 가장 큰 난제/중동 평화회의 잘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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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스라엘­시리아 “양보 불가”/골 깊은 불신… 미 교통정리가 변수
이번 회담이 단시일내에 어떤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길게는 수천년동안,짧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세운 지난 1948년 이후,40여년간 이스라엘과 아랍국들간에 쌓여온 원한과 불신의 골이 워낙 깊고 두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랍국들과 이스라엘이 43년만에 처음으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은 미국의 압력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현안은 물론 점령지반환문제다.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내놓음으로써 중동의 불씨를 껐으면 하는 것이 유엔결의에서도 확인된 국제사회의 바람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 242호와 338호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 79년,캠프 데이비드협정에 의해 점령지였던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주고,양국관계를 정상화한 것으로 유엔결의 이행은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더이상의 양보불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점령지문제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아랍국들간의 진짜 협상은 다음주부터로 예정된 양자간 개별회담에서 본격 시작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시리아,레바논,요르단,팔레스타인간의 이 개별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협상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 회담개막 전날인 29일에도 부시 미 대통령이 밝힌 미국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회담이 깨질 위기를 맞고서도 미국이 팔짱을 낀채 지켜보기만 할 것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별협상이 시작된 후,적당한 시점에서 미국은 중재자·조정자로서 협상에 끼어들 것이 분명하다.
이때 미국이 제시할 중재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든 미국은 미국의 해결책을 양측에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미국은 이미 나름대로의 평화안을 마련해 놓고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중재안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완전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과 미국이 거듭 천명해온 「평화와 영토의 교환」원칙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타협안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이번 회담에 팔레스타인 대표로 참석한 인사들의 다소 유연한 입장표명이 크게 주목되고 있다. 대학교수,전문직종사자 등 지식층이 대부분인 이들은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현실을 무시하고 원칙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PLO의 입장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점령지 정착정책의 중단과 선거를 통한 자치획득이 이들이 노리고 있는 목표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내놓게될 중재안도 결국 이 선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즉 우선 이스라엘이 정착정책을 중단하는 대신,아랍국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금수조치를 해제,일단 상호신뢰분위기를 구축한 뒤 일정기간(에컨대 5년)의 과도기간을 거쳐 점령지에서의 자치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허용하는 것이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복안의 골격을 이룰 것으로 일부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때 이스라엘이 이정도 선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일단 마무리짓는데 합의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리아와의 골란고원문제는 훨씬 큰 난제가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합병까지 마친 상태에서 이 지역은 요르단강 서안이나 가지지구와는 달리 이스라엘의 완전한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7년 전쟁에서 이 땅을 빼앗긴 시리아는 이번 회담에서 실지회복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시리아가 점령지문제의 일괄타결을 주장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개별타협 거부를 제창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즉 설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에 요르단강서안 및 가지지구에 대한 타협이 이루어지더라도 골란고원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협상전체를 무효화하자는게 하페즈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입장이다.<마드리드=배명복특파원>
□회의 참가자들의 입장
●국가:이스라엘
목표:개별국가간 평화협정
입장:점령지 반환 불가
협상카드:팔레스타인자치,남부레바논군 철수,수자원 공동이용
●국가:팔레스타인
목표:독립국가건설
입장:요르단강서안·가자지구·동예루살렘 수복
협상카드:잠정자치기간 수용
●국가:요르단
목표:수자원·경제협력
입장:팔레스타인문제 당사자간 협상
협상카드:다자간지역 협상참여
●국가:시리아
목표:골란고원 수복
입장:제3차중동전 이전 국경회복
협상카드:다자간지역 협상불참
●국가:이집트
목표:아랍권 고립해소
입장:아랍권과 공동보조
●국가:미국
목표:중동평화지역 안정
입장:목표달성때까지 회의 계속
협상카드:경제지원·불성실국가 외교고립
●국가:소련
목표:경제지원 중동영향력 회복
입장:이스라엘점령지 반환,아랍평화보장
◎아랍­이스라엘협상 약사
▲1949년 로잔회의=팔레스타인 전쟁이 끝난지 1년이 채 안돼 최초의 아랍­이스라엘 평화협상이 스위스 로잔에서 시작됐다. 아랍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인하고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차지한 영토를 반환하지 않겠다고 선언. 이 회담은 49년 4월부터 9월 중순까지 끌다가 결렬됐다.
▲1973년 제네바회의=73년 12월 제4차 중동전쟁 후 제네바 팔레 데 나숑에서 열림.
회의는 10일 후 이스라엘의 선거로 연기됐다가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의 예루살렘,카이로,다마스쿠스 왕복외교노력으로 재개됨. 이 회의에서 이스라엘­이집트­시리아간에 시나이와 골란고원의 3개 철군협정이 체결됨.
▲1978년 캠프데이비드협정=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이집트­이스라엘­미국간에 9월에 열림.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중재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가 13일동안 두번 대좌한 끝에 30년간의 적대행위를 종식시키는 협정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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