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달러, 세계 겨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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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국제투자펀드가 뜬다. 특징은 투자가가 중국 정부라는 점이다. 1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투자원이다. 따라서 투자액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중국판 KIC(한국투자공사)지만, 출범 규모는 KIC의 10배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우샤오링(吳曉靈) 부행장은 3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10기 제5차 중국정치협상회의(政協-정당.단체.민족 간 협의기구)에 참석해 "효과적인 외환관리를 위해 외환투자공사(外匯投資公司)를 설립하겠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인 설립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연내 설립을 목표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외환투자공사의 초기 자본금은 2000억 달러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우 부행장은 이어 "미국 국채만 매입해온 지금까지의 단순한 외환투자업무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외환투자를 담당해온 중앙외환공사는 외환투자공사의 한 부서로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외환공사는 국유은행인 공상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이 공동 투자해 2003년 설립됐다.

런민(人民)대학 투자금융연구소의 자오시쥔(趙錫軍) 부소장은 "지금까지 중앙외환공사는 미 재무부 채권 등 안전한 국채만 매입해왔다"며 "그 결과 외환관리 비용을 제외하고 매년 외환 투자수익율이 2~3%에 머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자오 부소장은 이어 "외환투자공사가 본격적인 전방위 투자에 나설 경우 외환수익율이 최소한 5%는 웃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투자기금이지만 '안전 제일'이라는 중국 정부의 기본 투자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인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5일 중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기금이 손해를 볼 경우에 대비해 공사설립 단계에서부터 위험을 분산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우선 투자 자금은 보유 외환을 근거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인민은행은 이 채권의 상당 부분을 매입한다. 손실이 날 경우 국가.중앙은행.일반투자가가 이를 나눠지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국제금융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투자기획팀도 설치한다.

중국은행감독위원회의 쟝딩즈(蔣定之) 부주석은 "현재 중국의 수입규모와 외환이상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할 경우 중국이 안정적으로 보유해야할 외환 규모는 7000억 달러 수준"이라며 "2000억 달러의 기금이라면 중국의 외환안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규모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설된 외환투자공사가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경우 인민폐가 절상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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