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해외펀드 비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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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달 중 실시 예정이었던 해외 펀드 비과세가 일러야 다음달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관련 법의 이달 중 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입법 예고만 믿고 관련 상품 개발과 투자를 준비해 온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들 사이에 큰 혼선이 우려된다.

5일 국회와 재경부에 따르면 국내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방침을 규정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재경위 소위에서 일부 이견으로 재경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따라서 6일 막을 내리는 임시국회에서의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하는 방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다음달 예정된 임시국회 전까지 해외펀드 가입자들은 현행과 같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회 일정으로 인해 일단 관련법 통과가 어렵게 됐다"면서 "4월 임시국회 때 다시 안건을 제출해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재경위원은 해외 펀드 비과세 방침이 국내 증시를 위축시키고, 환율 안정에도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통과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확정 금리 상품이 아닌 만큼 펀드 투자자들은 일단 리스크를 감안하고 투자한다"며 "정부 말만 믿고 비과세될 걸로 알고 해외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법안이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투자 리스크 이외에 생각지도 못했던 세금 관련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 펀드 비과세 방침이 발표된 다음날인 1월 16일 8조6000억여원이던 해외 직접투자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현재 12조2500억원으로 늘었다. 한 달여 동안 3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윤창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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