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출범 10년|선수들 기본기·프로정신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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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 프로야구가 「아직도 아마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프로선수들의 기량 미숙·프로정신 부재에도 원인이 있다.
지난 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그동안 미국·일본 등 선진야구이론의 도입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해왔다.
타자들은 그동안 실전으로만 막연히 익혀오던 타격기술을 외국의 과학적 이론을 통해 익히게 됨으로써 정확도·파워가 좋아졌고 취약점이던 변화구 공략도 능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투수들도 빠른 볼·커브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을 벗어나 타자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 홈플레이트에서 상하·좌우로 변하는 포크볼, 역회전볼 등 4∼5가지의 변화구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이 급성장했다.
김영덕(김영덕) 빙그레감독이 일본프로야구 낭카이 호크스팀에서 활약하다 고국무대에 돌아와 60년대 초반 처음으로 슬라이더를 구사, 당시 야구계를 놀라게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기량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프로야구는 선수들의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아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야구의 기본인 주루·번트·송구 등이 미숙해 타격·수비에서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경기에서도 결정적 순간에 번트를 미스하는 등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가 속출한 것도 이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선수들의 기본기 숙달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과제가 되고있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프로의식 부재도 프로야구정착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만년 하위팀 LG트윈스팀을 일약 우승팀으로 끌어 올린 백인천(백인천) 감독은 틈만 나면 선수들에게 『프로야구선수는 다른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야구만을 생각하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백감독은 올해 LG선수들이 자만심에 젖어 자신의 야구철학을 외면, 잡기(잡기)에 탐닉하자 『이런 정신상태를 가진 선수들과는 함께 경기를 할 수 없다』며 팀을 떠났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선수초년병시절 야구방망이를 품에 안고 잠자며 19년간 프로정신이 몸에 밴 백감독으로서는 한국프로야구선수들의 이 같은 방종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경기를 앞두고 술에 만취해 사고를 낸 선수, 밤새워 도박한후 졸린 눈을 비비며 타석에 나서는 선수, 감독이 지켜보지 않으면 훈련을 게을리 하는 선수 등 아직도 한국프로야구에는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OB시절 이광환(이광환) 감독이 주장한 자율야구가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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