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용 어린이 계수 책 나왔다|이색 덧셈·뺄셈교육서 펴낸 명랑 소설작가 이상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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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바둑을 좋아하다 보니 바둑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됐습니다. 고대중국에서는 이미 바둑으로 10진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나오더군요』
바둑으로 덧셈·뺄셈 등 초보적 연산을 가르치는 이색 산수교육서를 펴낸 이상훈씨(38) 는 『주판도 바둑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바둑은 훌륭한 산수교육 보조교재』라고 말한다.
명랑 소설작가이자 아마3단인 이씨가 펴낸 『바둑산수』(1편)는 바둑의 시각성을 살리면서 10진법 연산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바둑으로 모택동의 군사전략이나 기업 경영정책 등을 설명한 것은 나왔지만 산수교육서가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바둑판을 3개 영역으로 나눠 1자리·10자리·1백 자리 등 자릿수를 지정하고 검은 돌과 흰 돌에 대해 같은 편, 다른 편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주판에서의 연산원리와 유사하게 10진법 계산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씨는 이 책의 학습대상이 5∼8세의 어린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릿수나 연산내용을 의인화하면서 유머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씨가 이 책을 쓰게된 것은 유치원생 조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려 했으나 계산을 못해 자신이 이기고 지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바둑으로 산수를 가르치다 내친김에 연구를 계속한데서 비롯됐다.
『바둑돌의 시각성 때문에 계산방법을 설명하기가 아주 쉽고 바둑돌이 주는 촉감 때문에 아이들이 더 흥미를 갖는 것 같다』는 이씨는 『몇 차례 설명해주고 스스로 해보게 하면 개구쟁이도 「산수박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흑·백 돌을 가지고 하는 바둑에는 컴퓨터의 작동원리가 되는 2진법원리도 들어있다』 고 말하는 이씨는 곱셈·나눗셈을 다루는 2편과 그래프·도형문제 등을 다루는 3편을 쓰고 있는 중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재학시절 학우였던 정수현씨(프로6단)에게 이끌려 바둑에 빠졌다는 이씨는 『바둑을 두다 선보는 약속을 번번이 잊곤 해 늦장가를 가게됐고 대전에 가는 도중 옆에 앉은 승객과 바둑을 두다 부산까지 따라가기도 했다』는 바둑광.
명랑 소설 『코끼리 함대』『못생긴 남자』 외에 바둑저서 『깔깔 바둑교실』『정석 암기법 기초 편』을 낸바 있는 이씨는 월간 바둑잡지에 「바둑과 컴퓨터의 비교」를, 소년잡지에 「바둑으로 배우는 산수」를 연재할 예정이다. <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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