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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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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시리즈 경기방식이 지난해부터 야구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페넌트레이스 4강 제도는 올해에도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인 해대가 챔피언을 차지함으로써 지난해 LG 우승에 이어 무난히 넘어가게 됐다. 이 4강 제도는 페넌트레이스 4위팀이 한국시리즈 패권도 차지할 수 있다는 모순을 처음부터 내포하고 있었다.
KBO가 창안해 낸 이 제도는 지역 간 승부의식을 조장하면서 지난2년 간 프로야구 흥행에 많은 기여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장기적인 발전, 건전한 관람문화의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현행 4강 제도는 경기의 질보다 승패에만 초점을 맞춰 수준을 떨어뜨리게 되고 지역 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4위팀이 요행수로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는 반면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거친 삼성이 LG에 4-0으로 완패한 것에 이어 올해에도 플레이오프를 힘들게 통과한 2위팀 빙그레가 기진맥진해 해태에 완패한 것 등이다. 프로야구 최고의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쳐야할 한국시리즈가 제도의 모순으로 맥없이 끝나고만 것이다.
8개구단 감독·코치·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4강 제도를 치를 바엔 차라리 시즌 후 8개팀이 다시 토너먼트를 벌여 우승을 가리자』며 비아냥거릴 정도로 이 제도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8개 구단사장들의 모임인 KBO실행이사회는 이 같은 모순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 내년에도 포스트시즌 제도를 계속 강행한다는 결의를 했다.
현행제도가 잘못은 있으나 양대 리그로 나눌 경우 흥행에서 실패할 것이 두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더 깊은 이유는 한국시리즈를 여섯번 석권한 해태 같은 강팀과 같은 리그에 편성될 경우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어렵고 일부 인기 없는 구단과 같은 리그에 속할 경우에는 흥행 면에서 손해를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구단마다 동상이몽이니 복수리그 제가 채택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현직 감독, 해설가, 원로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가 최근 양대 리그로 나누는 포스트시즌 개선안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지역별로 4개팀씌 A, B리그로 나뉘어 A리그의 1위와 B리그 2위, B리그의 1위와 A리그 1위가 플레이오프전을 치른 후 승자끼리 한국시리즈를 갖는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단일리그에서 4위가 1위와 챔피언결정전을 벌일 수 있다는 모순을 줄일 수 있으며 흥행 면에서도 현행제도에 비해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A, B리그는 1백26게임 중 60%는 동일 리그팀과의 대결로 짜고 나머지 40%는 타 리그 팀과 경기를 벌이게 돼 현행제도에 식상한 야구팬들에게 오히려 신선미를 줄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 각 리그 1, 2위팀 간의 플레이오프전도 양대 리그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가늠한다는 뜻이 있어 현행제도보다 명분이 있다.
프로야구의 본거지인 미국, 이웃 일본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양대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26개팀이 아메리칸리그·내셔널리그로 나뉘어 있으며 각 리그는 또 동·서 리그로 분할, 플레이오프전을 거쳐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일본도 12개팀이 센트럴리그·퍼시픽리그로 나뉘어 경기를 벌인 후 각 리그우승팀끼리 7전4선승제의 일본시리즈를 벌이고 있다.
포스트시즌 챔피언 결정전은 지난1903년 미국에서 시작된 월드시리즈가 모체다.
먼저 리그를 구성한 내셔널리그가 후발 리그인 아메리칸리그를 혼내기(?)위해 『한판 붙자』고 도전하면서부터 생겨난 제도다.
미국 야구인들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진짜 강자며 월드시리즈는 일종의 축제로 보고있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시리즈를 진짜 챔피언으로 간주하고 페넌트레이스의 최종목표를 여기에 맞추고 있어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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