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화두 던진 이건희 삼성 회장 5년 반 만에 중국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건희(사진) 삼성 회장이 다음달 하순 5년 반 만에 중국을 방문한다고 베이징(北京) 체육계 소식통이 4일 전했다. 갈수록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한국 상황을 최근 '샌드위치'에 빗대 주목받았던 이 회장이 한국을 급속히 추격 중인 중국 현장을 오랜만에 직접 찾는 것이다.

중국 체육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다음달 23일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중국 체류 동안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 고위 관계자를 면담할 예정"이라며 "중국 정부 측 인사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며, 삼성전자는 내년 8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 중 하나다.

이 회장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 처음 중국을 찾았고, 95년 4월에도 방문했다. 2001년 10월엔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를 면담했다. 그 뒤엔 중국에 가지 않았다.

이 회장의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한 소식통은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올림픽 스폰서 업무 협약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국제 스포츠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쳐온 삼성이 이번 이 회장 방문 이후 베이징 올림픽 마케팅을 본격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거의 5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를 중국에 투자한 삼성이 이 회장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에서의 입지를 더욱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번에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의 반도체 공장을 비롯한 26개에 이르는 투자 기업 중 일부를 둘러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회에 삼성의 중장기 중국 투자 전략을 재점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샌드위치 위기론'을 제기해 국내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터라 이번 방중 기간 중 관련 메시지를 던질지도 주목되고 있다.

이 회장은 95년 4월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행정 규제와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21세기에 한국은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 한국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요지의 발언을 해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