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패션계 권력 윈투어 정말 악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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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지의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사진)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책과 영화에 묘사된 것처럼 패션계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악마'같은 존재일까?

뉴욕타임스의 패션컬럼니스트인 캐시 혼은 최근 자신의 칼럼을 통해 '안나 윈투어'의 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패션계의 숨겨진 일화 몇가지를 공개했다.

▷'권력'은 분명히 있다=안나 윈투어가 패션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데에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 자신이 아끼는 디자이너를 패션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 앉히기 위해 경영자들에게 청탁을 넣는등 일종의 압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브룩스 브라더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톰 브라운이 결정된 데에도 윈투어가 역할을 했다.

이 회사의 클라위디오 델 베치오 회장은 이와 관련 "그녀가 나에게 많은 압력을 넣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권력을 동원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말 그대로 좋은 사람을 추천하는 입장을 유지할 뿐이다. 결정은 그녀 자신이 아닌 상대의 몫이다.

구찌와 발렌시아가를 소유한 PPR그룹의 프란시스 헨리 피놀트 회장은 윈투어로부터 클로에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서 물러난후 실직자 신세인 디자이너 피비 필로의 구직을 부탁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휘하 브랜드중 수석디자이너 자리에 공석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물론 뒤탈은 없었다.

피놀트 회장은 "안나 윈투어는 자신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해코지를 하는 그런 졸장부는 아니다"며 "그녀는 자신이 가진 힘을 상대방에게 적절히 과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할 줄도 아는 그런 인물"이라고 평했다.

▷'될성부른 나무'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주목을 받기 전 일이다. 윈투어는 돈이 없어 패션쇼장을 구하지 못하던 그에게 도널드 트럼프로 하여금 무료로 장소를 빌려주도록 주선해줬다. 또한 제이콥스의 부탁으로 그가 루이뷔통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는데에도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윈투어는 젊은 디자이너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패션 에디터로 유명하다. 이제 갓 패션스쿨을 졸업한 풋내기 디자이너라도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면 일찌감치부터 지원에 나선다. 제이콥스 존 갈리아노 등 상당수 유명 디자이너가 신예때부터 윈투어의 도움을 얻었다.

신예 디자이너 지원에 의욕이 넘치다 보니 간혹 헛다리를 짚는 경우도 있다. 때론 개인적 친분에 너무 얽매인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름을 공개하기를 꺼린 한 유명 패션브랜드의 대표는 "지금껏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이 불과 10여벌에 불과한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사교계'인물에 가까운 사람의 일자리를 부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혼은 윈투어를 가장 잘 특징짓는 한 단어는 '자신의 직장과 일에 대한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젊은 디자이너를 키우고 특정 디자이너를 위해 경영주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 영화속에서 '악마'로까지 비쳐질만큼 깐깐한 일처리 모두 자신의 직장 '보그'의 영향력 확대와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USA 중앙 박수현 기자 soohyunp@koreadaily.com

http://www.koreadaily.com/asp/article.asp?sv=la&src=life&cont=life60&typ=1&aid=20070302102107600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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