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훈장 받은 미장성미망인 클리랜드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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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6·25당시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국 클리랜드장군 미망인이 한국정부가 수여하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16일 오전10시 경기도 가평군가평읍대곡리 가평종합고등학교 강당에서 거행된 훈장수여식에서 플로런스 클리랜드여사(80)는 『내 생에 이보다 더한 감격과 환희를 느껴본 적이 없으며 내가 살아있는 한 이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격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1천여명의 학생들도 뜨거운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이날 한국정부를 대신해 한경 경기도 교육청장으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클리랜드여사는 6·25당시 가평지역에 주둔해 있던 미보병 제40사단장 고조제프 P 클리랜드 소장의 미망인.
클리랜드여사가 한국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게된 데는 이들 부부와 이 학교와의 각별한 인연 때문.
한국전이 진행중인 52년3월 클리랜드장군은 초라한 천막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딱한 모습을 보고 자신의 철모를 벗어들고 미군장병들을 상대로 1만7천달러를 모금, 그해7월 신교사 건립에 착수함으로써 폐교위기의 이 학교는 53년4월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이 학교는 당시 미보병 제40사단 보법연대 중화기반장으로 근무중 한국전에서 최초로 전사한 캐닛 카이저중사의 이름을 따 「카이저 중·고교」로 명명됐다가 70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됐다.
25년 미웨스트포인트를 졸업, 55년 제18공수군단장으로 예편하기까지 30년 동안 줄곧 공정대원으로 활약했던 클리랜드장군은 75년 7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클리랜드여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미웨스트포인트와 가평중·종합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정한 「클리랜드지도자상」을 계승, 올해로 15년째 시상해오고 있다.
슬하에 단 한명의 자손도 두지 않고 남편과 사별한 후 플로리다주 벨레이시의 한적한 주택가 아파트4층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여사는 위층에 사는 82세 된 언니의 빨래까지 거들어 줄만큼 놀라운 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바쁘게 사는 것만큼 건강에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하는 클리랜드여사는 요즘도 아침6시면 일어나 조깅·수영·에어로빅 등 운동을 한 다음 플로리다재단 음악센터에 나가 위원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다. <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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