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틀 마련 …'핵 합의' 실천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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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타결된 남북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은 지난해 7월 이후 남북 당국 대화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시간표를 짰다. 그러나 쌀 지원 '이면합의' 논란 외에도 합의사항에 애매한 구석이 많고 6자회담 북핵 합의 등 변수가 많아 이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재탕.삼탕식 합의=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면회소 공사를 재개키로 한 것은 성과다. 그렇지만 북한이 이미 수차례 위반했던 합의 내용으로 다시 채워진 점은 문제다.

지난해 5월 시행하기로 했던 남북 간 열차 시험운행은 '올 상반기'란 애매한 표현으로 담겼다. 더욱이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는 데 따라 실시한다"는 단서조항까지 있다. 구체적 날짜까지 잡았던 시험운행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던 북한 군부가 이런 느슨한 합의에 얽매일 것으로 기대하긴 무리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구체적 내용은 빠진 채 다음달 8차 적십자회담에서 다른 상호 관심사와 함께 다루게 된 것이다.

이런 공동보도문이 쌀.비료 지원 합의를 토대로 했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남한 내에서 '퍼주기' 논란이 재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회담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회담 직후 남측 기자들에게 "7개월 만에 분리됐던 남북관계가 이어졌으니 좋아진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추진키로 했던 남북 군사회담에 대해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공동보도문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촉발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선 남북 군사당국 간 회담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정 수석대표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안들 가운데 실천 가능한 부분에 역점을 뒀다"고 군사회담을 제안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력 부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경협 보장 차원이 아닌 군사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이 합의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정일화(花) 꽃다발 논란=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2일 "김정일화는 단순한 나팔꽃이나 장미꽃이 아니다"며 전날 평양에서 김정일화가 포함된 생일 축하 꽃다발을 받은 이재정 수석대표를 비난했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도 "김정일화는 그간 남북관계에서 문제가 돼 왔던 꽃"이라며 "이 꽃을 받고 '생애 최고의 생일' 운운한 이 장관의 사고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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