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비료 대북 지원 이면합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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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평양에서 남북 장관급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대북 쌀.비료 지원에 대해 '합의했다'와 '합의하지 않았다'를 번복했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이 북한 측과 '이면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관계기사 4면>

이날 낮 평양에서 나온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엔 쌀.비료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서울로 귀환한 이 장관은 오후 8시25분쯤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있던 기자들을 찾아왔다.

쌀과 비료의 대북 지원 물량을 묻자 이 장관은 "비료는 30만t, 식량은 40만t이다. 양측이 합의한 게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예년 수준'이라고 했다가 구체적으로 답해 달라고 요청하자 "원칙적으로 양측에서 이런 수준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비료 30만t, 식량 40만t"이라고 수치를 특정했다. 기자실을 나갔던 이 장관은 그러나 10분쯤 뒤 다시 찾아와 "비료 30만t, 식량 30만t은 북이 요구한 물량이다. (양측이) 합의하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결국 공동보도문엔 나와 있지 않은 쌀.비료 지원 문제에 대해 이 장관이 '합의했다'고 한 뒤 10분 만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면합의가 있다면 명백히 그 내용을 공개하고 국민으로부터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중심당 이규진 대변인은 "퍼주기 지원을 눈가림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에 앞서 남북한은 이날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장관급회담 종결 회의를 하고 6개 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양측은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중단됐던 남북 이산가족 만남을 27일 화상(畵像)상봉을 시작으로 재개키로 했다. 남북에서 각각 100가족이 직접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5월 초 금강산에서 치른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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