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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생활도 좋지만 국민정서 고려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안방에 들어가면 시어머니말씀이 옳고. 부엌에 들어가면 며느리 말이 맞다는 속담이 있다. 서로가 자기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재벌을 비롯한 경제적 상류층과 일반 국민사이의 위화감이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국민들이 상류층의 골프장 출입, 호화별장건축, 대형승용차 구입, 해외여행 등 호화사치에 대해 무조건비난을 가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일부 비리를 부각시켜 국민 감정을 자극한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만약 열심히 일해도 어느 정도 돌아오는 혜택이 없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우리는 지금 절대적 평등을 기치로 내걸었던 공산주의가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자체 모순으로 자멸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혹시라도 경제적 상류층을 비난하고 경원시하는 마음속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이거나 참새가 봉황의 흉내를 내려다 역부족에서 오는 시기심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반면에 경제적 상류층은 자신들의 부의 축적은 혼자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고 사회 전체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우리 나라 같이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 그 많은 부를 모은 배경이 항상 공정하고 깨끗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불법·탈법을 근절하고 최소한 준법의 모범이라도 보여야할 것이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남보다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을 즐기되 국민들 정서도 생각해야한다. 없는 자의 절약은 궁색이지만 있는 자의 절약은 미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간 감정이 심각한 마당에 지금과 같은 계층간의 위화감까지 생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서로 자체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만 갖는다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북통일에 앞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계층간·지역간·세대간에 마음의 벽을 하나씩 허물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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