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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구공산당 총선참패/33% 득표… 46년집권 막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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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당인 민주세력동맹 36% 얻어
【소피아 로이터·AFP=연합】 13일 실시된 불가리아 총선 잠정집계결과 야당인 민주세력동맹(UDF)이 승리한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이날 약 7만명의 군중들은 수도 소피아 중앙광장에 모여 풍선과 UDF기를 흔들며 46년간에 걸친 공산당 집권의 종언을 축하하는 축제를 벌였다.
변호사 출신인 UDP 지도자 필립 디미트로프는 군중들에게 『불가리아가 공산당의 집권에서 벗어나기는 40여년만에 오늘이 처음이며 이제 비로소 여러분은 자유인』이라고 말하고 작년 7월 채택된 헌법은 바꾸지 않겠지만 외국인 투자와 농지분배에 관한 법은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백40석의 새 의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이번 총선의 부분적 개표결과 UDF는 36%,불가리아 사회당(BSP)은 33%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개표결과는 금주말께나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UDF가 우세한 것은 틀림없지만 사회당도 3분의 1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사회당의 개헌이나 주요 법안통과 저지는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실패 따른 경제난이 주인/확실한 민주화 갈망의지 표출(해설)
13일 실시된 불가리아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세력동맹(UDF)이 집권 불가리아사회당(구공산당)에 승리,불가리아 공산정권이 46년만에 무너지게 됐다.
불가리아 사회당의 이번 패배 역시 다른 동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야기된 경제난이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불가리아는 89년 11월 35년간 장기집권해온 독재자 토도르 지프코프가 축출된뒤 폴란드나 체코 등과는 달리 공산당이 선거를 통해 재집권,점진적 민주화와 시장경제화를 추진해 왔다.
공산정권은 지난해 3월 국가통제가격제 철폐 및 국영농장의 사유화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 강령을 채택하는 등 시장경제화를 추진했고,이어 6월의 첫 자유총선에서 사회당 48%(의석은 53%)의 지지율을 획득,공산정권의 명맥을 유지했다. 불가리아 공산당은 총선 2개월전인 지난해 4월 당명을 사회당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심각한 식량·에너지난에 항의해 야당과 노조가 총파업을 주도,안드레이 루카노프 총리가 사임하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루카노프에 이어 비공산주의자로 사상처음 총리가 된 디미타르 포포프 총리는 금년 2월 전기·석탄 등을 제외한 90%의 제품에 대해 가격을 자율화했으나 물가는 2개월전보다 2백98%나 올랐고 물자난은 가중되었다. 지난해 11% 감소한 공업생산은 금년에도 계속 하향곡선을 긋고 있으며 외채는 이미 1백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경제난에 따른 불만과 좀더 급속하고 확실한 민주화를 기대하는 국민적 갈망이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33% 지지획득에 머물렀던 UDF는 89년말 16개 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각 정당 제휴단체다.
UDF는 보수·중도·우파성향을 띠고 있으며 공산당 잔재의 실질적 청산,급진적 경제개혁을 주장해 왔다.
지도자는 지난해 8월 페타르 믈라데노프에 이어 대통령에 취임한 젤류 젤레프이며 현재는 필립 디미트로프가 의장으로 있다.
민주세력동맹은 승리가 확정된후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혀 불가리아는 민주세력동맹과 여타정당들이 연정을 구성,급속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공산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민선정부를 출범시킨다 해도 앞으로 당분간 46년 군사독재의 유산인 경제난과 이에 따른 정치·사회적 혼란을 피할 묘방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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