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기곡 1위서 6위 모두 "유행가"|현대리서치연구소 초교생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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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 어린이들의 노래문화는 동요보다 가요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들의 밝은 심성을 길러주는 창작동요가 절대 부족하고 동요를 접할 기회가 적어 어린이들이 가요·CM송·만화영화 주제가 등에만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KBS 라디오1국이 조사전문기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서울시내 4∼6학년 초교생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동요(36.2%) 보다 가요(58.5%)의 비중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의 순위 중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일반가요가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이고 있으며 상위 20위 내의 노래 중 12곡이 가요 곡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가요는 심신의 『오직 하나 뿐인 그대』, 신승훈의 『날 울리지마』등 10대 소녀 팬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들과 거의 일치하고 있으며 대부분 빠르고 경쾌한 특징을 가진 노래들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어린이들이 즐기는 동요는 『과수원길』 『등대지기』 『고향의 봄』등 수십년 동안 고전적인 노래로 자리잡은 곡들이며 대체로 느리고 서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요 중 비교적 최근에 창작된 이른바 「창작동요」는 『노을』 『아이들은』 『종이 접기』등을 제외하면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아이들을 위한 동요 문화가 절대부족하고 어린이들의 심성과 감각에 부응하는 동요 창작이 거의 부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밝고 활기찬 심성을 길러주는 빠른 템포의 경쾌한 동요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 성인들의 사랑이 주제가 되는 가요 곡들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요가 거의 모두 학교교과서에 나오는 노래와 일치하고 있어 학교이외에는 동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요에 대한 선호도와 가요는 물론 만화영화 주제가·CM송 등에 대한 관심이 2∼3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동요의 경우 고학년·여자어린이·합창단 활동 어린이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주로 텔레비전(32%)을 통해 알게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가정 안에서 어린이들의 노래문화는 명절·생일 등 잔치 때나 놀러갈 때, 운동할 때, TV시청 때만 주로 함께 노래하는 시간을 갖고 평소 일상적으로 노래를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노래부른 때를 질문한 결과 1천명 중 1백22명이 청소·요리·시장 갈 때 등이라고 대답해 수위를 차지했다. 이는 가정에서 어머니가 노래문화를 절대적 좌우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노래한 때 중 「주말마다」 「식사 때」 「취미시간 때」는 거의 없어 어린이들의 노래문화를 위한 아버지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들에게 창작 동요 등 건전한 노래를 접하는데 주요 매개체가 되고 있는 합창단 활동의 경우 경험이 있는 어린이는 16.2%에 불과하나 42.5%의 어린이가 합창단활동을 희망하고 있어 합창단 모임도 부족한 상태다. 더구나 합창단 활동을 하다가 중단한 이유는「공부할 시간이 없어서」(27.8%), 「다른 공부 때문에」(20.0%)가 많이 차지해 입시위주의 교육풍토로 어린이들의 노래문화가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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