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세금 너무 많이 걷었다" 2조4000억원 환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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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홍콩 정부가 지난해 이룬 재정 흑자의 36%인 200억 홍콩달러(약 2조4000억원)를 납세자에게 환급해 주기로 결정하자 그 배경이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경제 호황 덕분에 홍콩 정부는 550억 홍콩달러(약 6조6000억원)에 이르는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연초 예상(56억 달러)의 10배에 가까운 액수로 1997년 중국으로 귀속된 뒤 최대 규모다.

헨리 탕(唐英年) 홍콩 재정사장(경제부총리)은 지난달 28일 입법회의(국회) 보고에서 "재정 흑자가 시민들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인 만큼 이 중 일부를 납세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결정에 따라 전체 인구의 20%에 가까운 135만여 명이 지난해보다 세금 부담이 적게는 8.8%, 많게는 9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연봉 30만~40만 홍콩달러(3600만~4800만원)인 시민은 올해 소득세 경감 등으로 3250홍콩달러(39만원) 정도의 세금을 환급받는다. 지난해보다 세 부담이 19.7%나 줄어든 것이다. 홍콩 정부는 이 밖에도 저소득층 복지 비용을 늘리고 포도주와 맥주세, 부동산 거래세 등을 한시적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탕 재정사장은 지난해 경기활황의 원인으로 ▶고용확대에 따른 민간소비 증대 ▶배후 경제권인 중국의 고속 성장 ▶관광수입 증대 등을 꼽았다.

그러나 재정 흑자 환급 조치에 대해 공민당 등 홍콩 야권은 "25일로 예정된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도널드 창(曾蔭權) 현 장관의 당선을 위해 선심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선거인단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는 도널드 창 장관과 공민당의 알렝 렁(梁家傑) 후보가 출마해 경쟁하고 있다. 현재로선 도널드 창이 중국 정부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데다 유권자 지지율도 64%나 돼 이변이 없는 한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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